사랑을 적다

사랑 팝니다.

by 수요일


사랑을 적다

질리도록 사랑을 떠나보내고 나는 뻔뻔하게 그 사랑들을 기록하였다. 기억하지 않고 기록한 이유는 토핑 듬뿍 얹은 예능 자막처럼 화려하게 기억되지 않길 바라서이지만.

나는 누군가의 글을 볼 때마다 이루지 못한 그 사랑을 질투했다. 아니 나는 하고 싶지도 않은 사랑이었어. 그처럼, 모든 순간에 사랑들이 있었나. 이토록, 늦은 시간에도 사랑이 있는가.

나는 질리게도 사랑을 실패했지만 질리게도 떠나간 사랑마다 물들어 나의 모든 촉감에 간직하였으니 실패한 사랑을 쓴다는 건 막가자는 거지. 난 촉감 사이 파묻힌 사랑들을 후벼파내어 실패한 사랑의 소설을 쓴다.

나는 그대가 떠나가는 것을 방치하고서도 그립다 하였다. 나는 그대가 떠나가는 것도 방치하고서도 그립다 하였다.

사랑은 왜 그대로인가

내가 떠올리는 그대들은 단 1초도 나를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그대가 웃는 건 나 때문이 아니다. 그대를 울게 하는 건 내가 아니다.

날마다 하루는 다른데, 길은 발자국만큼 주저앉을 테고 나무는 나이테만큼 자랄 텐데 어떤 날은 어깨가 흠뻑 젖은 비, 어떤 날은 겨드랑이가 터질 만큼 더웠어. 어떤 날은 손가락이 들러붙게 추웠고. 그 날마다들은 다 다른데

사랑은 왜, 그대로인가.

소름 돋게 뜨거운 어떤 날 꿈인 듯, 그대가 다녀간다. 기억에 묻힌 행복이 되살아나고 기억에 죽은 그리움이 겨울 입김처럼 새어나는 어떤 날, 나는 오늘같이 비 내리는 날, 그대가 입김처럼 떠오르는 게 우습다.

우습게도 사랑은 이렇게, 문제에 답이 있는데 그 문제를 풀지도 아니하고 누구도 사지 않을 답을 던져 파네. 이놈의 사랑은 참 허망하게 허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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