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겠다만
인간인 사람 사람인 인간
1
사람과 사람 사이에 있어서 인간이다.
2
그 사이에서 삶을 꾸려나가며 무사하기를 바라는 게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삶. 사람은 인간이지만 인간은 곧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3
우리 위 노친네들은 경험이 부족하다. 인간으로서는 차고 넘치지만 사람인 경험이 부족해서 사람 사이가 아닌 사람 그 자체의 삶을 누려본 일은 거의 없을 것 같다.
4
그래서 사람이 아닌 것을 뽑아놓고 그래서 사람이 아닌 것이 저지른 짓들을 사람이 아닌 자연재해로 매조지 한다.
5
아마도. 이건 추측이지만 바라건대 부디 추측이기를 바란다만, 이태원 참사에 마약 이슈를 담아낸 건 이런 여론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듯하다.
6
저것들 마약 처먹고 당한 사고라고 생각하게끔. 말도 안 돼? 말도 안 됐으면 좋겠다만.
7
물폭탄이 쏟아졌다. 이상기후니 뭐니 해도 아무리 비가 씨발 한 시간동안 눈도 못 감게 쏟아졌다고 쳐도 한 시간은 있었잖아.
8
한 시간. 한 시간이다. 우리 애들 세월호에서 객실에 대기하다가 숨도 못 쉬고 세상을 떠난 그 시간보다 무려 한 시간. 그 동안 왜 누구도 터널 막을 생각도, 창문이라도 깨고 탈출할 생각도 못하게 했을까.
9
고인이 된 분들은 왜 그 십몇 분조차 움직이지 않고...
10
하인리히의 법칙이 다시 작용한다. 아마도 더 큰 더 많은 인명피해가 일어날 아주 큰 사건이 벌어질 징조가 점점 채워지는 것 같아 무섭다.
11
친구의 피드에서 한 식물이 아래의 잎이 햇볕을 받도록 위의 잎이 스스로의 몸을 찢어 빛을 통하게 한다는 말을 듣고 과연 멸종되어야 할 지구의 씨족은 인간이 아닐까 라는 괴랄한 결론까지 이르게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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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과연 인간인지 사람인지 가늠조차 되지 않는다. 이게 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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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쳐가는 걸 보니 마침 생일 날도 됐겠다 드디어 죽을 때가 온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