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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잠JA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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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Sep 11. 2023

잠(JAM) 1

SF 장편소설


OO님, 일어나요. 어서!




1. 별 지우개


기주. 일어나요. 기주~ 어서


이룬의 목소리다. 기주는 반쯤 눈을 뜨고 이룬을 찾았다. 바람이 산들 코끝을 스친다. 하늘, 아니 가상 하늘이 투영된 천장. 바람은 늘 일정한 속도, 일정한 온도로 불었다.


변하지 않는 현실. 별을 파괴하는 함선, 별 지우개의 선실은 좁고 답답했다. 침실, 주방, 욕실이 방 하나에 들어찬 스튜디오 원룸처럼 조종사들은 이 작은 공간에서 모든 걸 해결한다. 나머지 공간은 더 좁은 조종실, 추진체와 동력, 그리고 생명 유지를 위한 시스템 일부이고, 함선 대부분이 간단한 방어 장비 외엔 항성 파괴 무기와 에너지 탑재 공간이다. 그러다 보니 조종사를 위한 편의시설은 제한되어 있어서 조악한 스크린에 투영되는 숲길을 따라 내부 코스를 따라 달리거나, 우주복을 입고 선체 바깥으로 마련된 긴 산책로를 걸을 수도 있으나 기주는 마치 물 빠진 갯벌을 기어가는 느낌으로 막막한 어둠으로 가득한 선체 외부를 어정쩡하게 걷는 걸 좋아하지는 않았다. 아니 처음 몇 번은 함선 외부 산책로에서 헬멧 스크린에 투영된 가상 정원을 따라 걸었지만 할수록 맨땅을 디디며 자연과 호흡하던 고향이 떠올라 결국 그만두었다.


일어나요! 기주. 응? 어서 일어나~ 응?


- 주린. 그 또 목소리.

일어났군요. 기주가 안 일어날 땐 이 방법이 가장 효과적이란 거 알잖아요.

- 일어났군요는 무슨. 벌써 다 알고 있으면서. 마지막 한 번 더 부른 건 일부러 그런 거잖아.

아니에요, 특별한 경우가 아니면 기주를 스캔하지 않아요.

- 알았어. 주린은 몇 퍼센트가 사람이고 몇 퍼센트가 기계야? 10년이나 지났는데도 난 아직도 그게 궁금해.

굳이 퍼센트로 나눈다면 7:3?

- 뭐? 30퍼센트나 인간이야?

아니에요.

- 그럼?

70퍼센트가 인간이라고 볼 수 있죠.

- 진짜야? 그럼 거의 인간이잖아?

인간의 70퍼센트가 물이니까, 나도 그 정도의 물속에 잠겨있거든요.

- 진짠 줄 알았잖아.

가짜도 아니지만… 하여튼 휴먼 비율은 꽤 높아요. 게다가 점점 더 높아지고 있기도 해요.

- 높아져?

기주와 싱크로 되는 비율이 계속 올라가게 프로그래밍 되어있으니까요.

- 아 어쩐지 점점 더 이룬 같아지고 있어. 매번 알면서도 속아 넘어가잖아.

어서 준비해요. 우리는 60분 후 도착해요.

- 준비고 뭐고 그냥 네가 알아서 쏘고 빠지면 끝인걸.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기주는 옷을 갖춰 입고 고글을 착용했다. 발사를 준비하는 동안 기록할 것도 있고 체크할 일이 빼곡하다.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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