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수요일 Sep 11. 2023

잠(JAM)2

장편소설

2. 다발적 사고


불꽃놀이가 검은 강물을 화려하게 수놓는 강변을 기주와 이룬은 묵묵히 걸었다.


그것은 사고였다.


탈출 모선에서 신연방 정부는 지구에서 끌어모아 데려온 종당 몇 쌍의 동물들을 번식시키기 위해 전력을 기울였다. 가뜩이나 제한된 공간에서 최고의 번식률을 이뤄내기 위해 포획할 때 DNA 검사까지 하며 최대한 선별해서 데려온 동물 중 긴 우주 항해 생활에 적응한 동물들은 새로운 지구에서 약육강식의 자연율을 벗어나 마음껏 번식하고 번성했다.


신연방 정부는 개체 수가 정착에 적당한 선이 될 때까지 임의로 동물을 죽이지 못하도록 하는 규정을 만들었다. 그 규정으로 인간은 어렵게 키운 작물을 동물들이 마음대로 먹어도 대응할 방법이 없었다. 다른 직종에 종사하는 인간들도 대부분 그랬지만 목장이나 목축 코드를 받은 인간들은 몇몇 거대 지주를 제외하면 여전히 가난과 궁핍에서 벗어나지 못하였다. 오죽하면 굶주림을 면하려고 동물을 잡아먹다 걸려 큰 벌을 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기주는.


- 결국 그렇게 되는 거였으면,


이룬이 기주의 곁을 걷다가 잠시 멈추어 섰다.

ㅌㅌㅌㅌㅌㅌ츠츠츠으으으…

불꽃놀이의 여운이 이룬의 곁을 스치며 사라졌다. 이룬의 얼굴이 밝아졌다 어두워졌다를 반복하며 빛의 소멸을 바라보았다. 이룬이 문득 그 스러지는 불꽃을 주시하다가 기주에게 말했다.


- 결국 그렇게 되는 거였으면,


기주가 주머니에서 작은 램바를 이룬에게 건넸다. 그 램바에는 이룬이 평생을 아무 일을 하지 않고도 편안하게 먹고 살 수 있을 만큼의 금액이 들어있었다.


- 이거, 내가 이룬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야.

- 기주가 없으면 아무것도 의미가 없어.


이룬이 기주를 똑바로 보며 말했지만, 기주는 이룬을 바라볼 수가 없었다. 기주는 강물에 비친 이룬을 보며 말했다.


- 그래도 살아야지. 살아남아야 나중에 만날 수 있잖아.


불꽃의 여운들이 이룬을 감싸듯 스칠 때 순간적으로 기주는 이룬의 모습이 안 보여서 당황했다.


- 어? 이룬? 이룬?

- 말해. 기주.

- 이룬?


이룬은 그 자리에 있었지만, 그 자리에 있는 것이 아닌 것처럼 모습이 나타났다가 사라지기를 반복했다.


(계속)

작가의 이전글 잠(JAM)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