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모습을 빨아서 널다

뒷모습 한 끼

by 수요일

뒷모습을 빨아서 널다



짙은 빛이 옅어져야 아침이 온다
가장 옅은 어둠 속에서

가장 짙은 네가 떠나는 것처럼
얕은 옅은, 시간이라도 나의 시간이니

눈 감을 수 없이 곱다

밤새 뒷모습을 세탁기에 돌린다

세탁기 속으로 미처 꺼내지 않은

주머니 속 잡동사니처럼

미처 버리지 못한 것들이 무심히 돌아간다

뒷모습에 담긴 삶들은 앞모습보다

짙고 무겁다


깊은 그리움이란
짙은 사랑이란
내 안에서 얼마나 얄팍한가
처음부터 얕은 옅은,
내가 미워하는 나는
시간 속에 너를 두고 돌아섰다.
시간 속에 많은 그대를 두고
뒷걸음으로 돌아섰다

의지마저도 경박단소하여,
깊어 헤어나지 못할 그들보다
짙어 뼈속까지 물들 그들보다
오기 쉽고 가기 쉽게
얕고 옅은 내가 좋지 아니한가
언젠간 떠나갈 그대들 뒷모습에
얕고 옅어 참 좋지 아니한가

얕은 햇살이 드는 방안에

짙은 뒷모습을 빨아 널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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