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f 장편소설
4. 함께할 결심
기주에게
기주. 편지 잘 받았어.
그 힘든 훈련을 무사히 마쳐서 정말 다행이야. 다른 조종사 가족들을 만났어. 알고 보니 별프 조종사 가족 모임이 있었어. 그들은 각자 가족과 남편, 아버지와 형제들을 떠나보내며 이제 담담히 이별을 준비하더라. 그들은 가족이 남겨준 돈으로 남은 삶을 준비한다고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나누었어.
기주가 남겨준 돈은 신연방 은행에 넣어두었어. 거기서 평생 살아갈 돈을 만들어 준대. 사실은, 기주가 떠날 때까지 말하지 못한 게 있어. 아기에 관한 이야기야.
아기를 가졌는데 기주는 나 때문에 떠나야 하고. 차마 말할 수 없었어. 그 아기를 평생 혼자 키울지 아니면 관리자 말대로 신연방에 아기를 맡길지 생각이 참 많아. 신연방에서는 아기도 맡아 키워준다고 해. 아기를 맡기면 나도 기주와 함께 별 지우개 함선을 타고 떠날 수 있다고.
사실 기주에게 이 편지가 전해질지 모르겠어. 기주가 지구에 돌아오면 어차피 나는 죽어 이 세상에 없을 텐데. 다른 가족들도 그것 때문에 영상을 남긴다고 모여 이야기하는데 어떡할지. 기주. 난 어떻게 해야 할까…
편지를 쓰다 말고 이룬은 문득 배를 만졌다. 관리자가 그런 이룬을 바라보았다.
- 진정서대로 기주가 당신을 지키느라 그랬더군요. 영상에서 확인했어요.
순간 이룬이 희망을 담아 관리자를 보았다.
- 그럼 기주가 돌아오나요?
관리자가 고개를 흔들었다.
- 이미 큰 비용이 투입되었고 많은 시간이 지났어요.
- 그럼 어떡해요. 우리는…
이룬의 눈물이 편지가 담긴 메시지 패드의 가상 스크린을 통과해 하늘빛 옥스퍼드 테이블보를 코발트로 물들었다.
- 그래서 연합에서 마지막 기회를 주는 거예요. 아기에게 연합에서 큰 지원이 가게 돼요. 아기의 가족에게도…
- 연합이요? 연합이 뭐죠?
- 아… 신연방이나 같은 거예요.
관리자가 처음으로 당황한 듯한 모습을 보였지만 모종의 결심을 하는 이룬은 그보다는 관리자의 마지막 말을 되뇌었다.
- 아기를 신연방에…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이며 이룬을 바라보았다. 그 후로도 한참을 고민하던 이룬이 마침내 고개를 끄덕였다. 관리자가 이룬의 편지를 받아 22커뮤니티 관제 시스템에 송신하고 대기한 비행정에 이룬을 태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