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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Sep 14. 2023

잠(JAM)6

SF 장편소설

6. 씨앗


어드레스 12542 코드 524 이룬 스카레이 입장하세요.


스피커에서 이룬을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정밀 신체 스캐너. 이곳에서 수면할 수 있는 신체인지 적합성 체크를 하고 수면 캡슐을 이룬에 맞게 세팅할 것이다.


이룬이 두 사람을 돌아보고 안으로 걸어 들어갔다. 이룬이 입구로 사라지며 22커뮤니티 수면센터를 담당하는 타이머가 관리자에게 말했다.


 - 임신한 몸이 인스톨을 감당할 수 있을까요? 캡슐에는 수많은 약품이 투입됩니다. 그중엔 태아에게 검증이 안 된 약품 목록이 있어요.

- 가수면 상태로 유지하고 출산 후 정식 인스톨하면 됩니다.

- 그렇긴 해도 이 일은 출산 후에 시행되어야 하는 게 수면센터의 프로토콜입니다. 가수면 상태로 시스템에 임시 인스톨하면 이후 정식 인스톨 때나 언인스톨 때 문제가 생길 수 있어요.

- 미룰 수 없어요. 시간이 다 돼 갑니다.


관리자는 타이머를 바라보며 강하게 말했다.


- 이번 일은 신연방의 승인을 받아 진행하는 일입니다.

- 이 사람 무슨 죄를 지었는지는 몰라도 이런 상태로 휴머노이드라니…. 이건 말도 안 됩니다.


타이머 로이 존스가 관리자에게 뭐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저었다. 전임자가 갑자기 행방불명되어 이곳에 배치된 로이는 휴머노이드 인스톨 대상체가 임산부라는 것 때문에 찜찜했다. 어젯밤은 임산부의 수면 프로토콜과 관련한 데이터를 검색하느라 밤새 잠을 거의 못 잤었다. 휴머노이드라니. 휴머노이드 인스톨은 극히 제한적으로 진행하는 프로토콜로 그에 관련된 절차 처리만으로도 며칠이나 걸리는 복잡한 작업이었다. 그런데 이 관리자는 그 절차에 대해 신연방확인서를 들이밀며 압박했다.


이룬이 스캐너에서 나오는 모습이 보였다. 로이의 스크린에 어드레스 12542 코드 524 이룬 스카레이 부적합이라는 시그널이 반복해서 깜박였다. 로이의 입이 열리려는 순간, 관리자가 이룬을 맞으며 말했다.


- 기분이 어때요?


이룬에게 말하는 관리자의 시선은 로이를 향하고 있었다.


- 저는 괜찮아요. 감사합니다.


이룬이 고개를 숙일 때 로이가 작게 고개를 흔들었다. 관리자가 이룬의 어깨를 토닥였다.


- 잘 될 거예요. 걱정하지 말고 신변 정리를 해요.

- 다음 스케줄은 준비가 마무리되면 통보하겠습니다.


(삼켜요…)


관리자가 이룬이 바라보려는 스크린 시그널에 신경이 쏠리는 사이 로이가 이룬에게 뭔가를 건네며 귀 옆으로 속삭였다.


- 커뮤니티에 들러도 될까요?


이룬의 말에 관리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 태워다 줄게요.


이룬이 고개를 끄덕이고 로이에게 인사를 건네고 방을 나갔다. 관리자는 로이가 스크린에서 깜박이던 부적합 판정 시그널을 눌러 적합으로 바꾸는 모습까지 확인하고 이룬을 뒤따라 나갔다. 이룬은 손에 있는 약처럼 생긴 작은 캡슐을 가만히 보다가 관리자가 따라 나오기 전에 입에 털어 넣었다. 삼켜진 그 무엇은 아무런 느낌도 없었다. 관리자가 나간 후 스크린을 들여다보며 생각에 잠겼던 로이가 무언가를 조작하고 한숨을 내쉬었다.


22커뮤니티에서 관리자는 이룬에게 이것저것 챙겨주었다. 이룬은 22커뮤니티의 모든 곳을 눈으로 차근차근 담았다. 기주와 함께했던 모든 순간이 영상으로 바뀌어 이룬에게 새롭게 심어진 나노캠에 기록되었다. 관리자는 이룬이 로이에게서 받은 나노캠의 존재를 알지 못했다.


- 이룬? 역시 이룬이었군요.


이룬의 뒤에서 누군가 이룬을 불렀다. 별프라는 모임에서 본 비에사였다.


- 비에사, 모임 날인데 왜 이렇게 사람이 없죠?


이룬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원래는 십여 명 남짓한 사람들이 모여 근황을 나누고 가족을 떠나보낸 슬픔, 외로움 등을 나누던 곳이었는데 눈에 띄는 사람은 두어 명뿐. 두 번 참여한 것뿐이지만 이룬에겐 낯선 모습이다.


- 이룬, 이번에 아홉 가족이 신연방이 마련해준 집으로 이사한다고 했어요. 그곳은 낙원이라더군요.


비에사가 ‘낙원’을 이야기할 때 눈이 반짝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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