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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Sep 17. 2023

잠(JAM)10

SF 장편소설

10. 엘리


- 관리자님?

- 새로 온 타이머인가요?

- 저는 임시 타이머입니다. 정식 타이머가 올 때까지 수면센터를 관리하겠습니다.


엘리는 관리자에게 인사를 건네고 자료를 전송받아 센터의 시스템과 관리되는 캡슐 등의 기본 자료를 체크하기 시작했다. 엘리가 꺼내놓은 패드의 가상 스크린엔 수면센터의 모든 데이터가 표시되었다. 순식간에 데이터 대조를 마친 엘리는 “문제없군요.”라고 관리자에게 인수인계 완료를 통보했다. 엘리에게 작별 인사를 건넨 관리자가 이룬의 캡슐이 그대로 있는 걸 보고 인상을 찌푸렸다. 부적합 프로세스를 적합으로 바꾸느라고 이룬의 캡슐을 어드레스 레이어로 보내는 것을 잊었다.


- 캡슐이 왜 나와 있지? 시스템, 캡슐 어드레스 넘버 H_H12542 캡슐 원위치시켜.


캡슐이 이동하는 걸 확인한 엘리가 다시 패드로 눈을 돌렸다. 관리자가 문을 나가며 슬쩍 돌아보니 엘리는 의자에 앉아 다리를 콘트롤 패널에 올리고 발을 까딱거리며 패드에 뭔가를 적고 있었다.


- 됐어.


관리자가 작은 목소리를 남기고 수면센터를 떠났다.


* * *


소형 비행정이 수면센터에 도착했다. 콘트롤 데크로 들어선 관리자가 엘리에게 커피를 내밀었다.


- 휴머노이드 인스톨은 해봤어요?

- 아 뭐, 저는 아직 레지던트 과정이라서 실습만 몇 차례 해본 정도예요. 죄짓는 사람이 그렇게 많은 것도 아니고.

- 그럼, 오늘은 잘 할 수 있겠어요?

- 그거야 잘하죠. 관리자님. 어젯밤에 시뮬레이션을 200번쯤 한 거 같아요.

- 성공률은?

- 당연히! 99%죠.


엘리가 커피 한 모금을 마시고 가슴을 ‘탁’ 쳤다.


- 신연방 대학 최고 엘리트, 그 엘리자베스가 바로 접니다.


엘리가 어색한 웃음으로 긴장감을 풀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엘리의 손이 미세하게 떨리는 걸 유심히 관찰하던 관리자가 놓칠 리 없었다.


기본이 단단해야 꼭대기도 단단해지는 것이다. 신연방의 메인시스템은 이곳에 배정되었던 베테랑을 시티로 보내버리고 임시였던 엘리를 그대로 정식 근무자로 주저앉혔다. 오늘은 이룬을 정식으로 인스톨하는 날. 별 지우개 함선은 2주 후 우주로 떠날 예정이다.


신연방에서 시티라고 불리는 곳은 1㎞ 상공에 만들어진 부유 돔이었다. 땅에서는 중력 돔에서도 영향을 받아 불치병에 걸리는 사람이 속출했지만, 부유 돔은 중력이 옛 지구와 비슷한 정도의 높이에 위치해서 인간들에겐 최적의 생존 조건을 제공했다. 신연방을 아우르는 거대 기업 APS는 좋은 부지에 모델 부유 돔을 띄워 사람들을 모집하고 선 분양금을 받아 부유 돔을 건설해 팔며 우주적인 부를 축적하고 있었다. 신연방에는 이런 부유 돔 수백 개가 떠 있었다. 신연방 메인시스템은 시티 우선 정책에 따라 그중 하나의 시티 수면센터에 이곳에 올 타이머를 발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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