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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요일 Sep 19. 2023

잠(JAM)11

SF 장편소설

11. 만나다


- 찰리 무슨 일이지?

- 목장에 누군가 있습니다.


바깥의 작은 술렁임을 듣고 방에서 나온 이룬이 패밀리 로봇에게 물었고, 로봇의 대답에 아빠에게 무슨 이야기냐고 물었다.


찰리는 7세대 패밀리 로봇으로 13세대가 나온 요즘 많이 낡긴 했지만, 아직 이룬의 가족에게 큰 힘이 되고 있었다. 아빠는 어깨를 으쓱하며 엄마를 보았다. 엄마가 고개를 흔들었다.


- 글쎄 말야. 목장에 누군가의 생체 신호가 있단다.

- 찰리, 위치도 나와?

- 생체 신호가 감지되는 곳은 129 창고입니다.

- 가깝네요?

- 그래. 가봐야 할 것 같다.


아빠가 찰리와 집을 나서려고 할 때 라이플과 고글을 챙긴 이룬이 따라나섰다.


- 이룬? 찰리가 있는데 뭘 걱정해?

- 아니 그냥. 예비로다가.


이룬이 성큼 앞서 걷자 찰리가 얼른 이룬을 따라붙었다. 아빠는 어깨를 으쓱하고 그들을 따라 구역 경계를 넘어 초원으로 들어갔다. 한동안 초원을 이동하던 찰리가 멈춰 선 곳은 사료를 저장해두는 사일로 옆 129 창고였다. 이룬이 문을 향해 라이플을 겨누자 아빠가 이룬의 머리를 툭툭 치고, 이룬. 이곳은 안전지대야. 그럴 필요 없어. 라고 말했다.


- 하이에나일지도 모르잖아요. 만약이란 게 있으니까.


이룬이 고글을 쓰고 라이플을 켜 작동 준비한 뒤 찰리에게 내부를 확인하라고 했다. 고글에 찰리가 보내는 영상이 나타나자 이룬이 영상을 손목으로 전송하고 곧 손목의 가상 스크린에 찰리가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전송되기 시작했다.


- 오케이 찰리, 가.


이룬의 말에 찰리가 창고로 들어섰다. 아빠가 이룬 가까이 다가와 이룬과 함께 스크린에 집중했다. 찰리는 어두운 창고를 감열 모드로 확인하며 이동했다. 그리고 창고의 가장 깊은 곳에 도착하자 이룬의 영상에 붉고 노란빛의 물체가 잡혔다. 이룬이 아빠를 흘깃 보고 찰리에게 말했다.


- 찰리 거기 뭐야?

- 확인하겠습니다.


찰리가 그 물체에 다가가는 영상이 전송되었다. 찰리가 감열 모드를 끄고 서치라이트를 켰다.


우당탕!


빛이 밝혀진 순간 무엇인가 찰리를 공격해 서치라이트가 꺼지고 영상이 사라졌다.


- 찰리!


아빠가 소리치고 창고로 뛰어들려는 걸 이룬이 제지했다.


- 아빠, 잠깐!


이룬이 라이플을 겨누고 조심스럽게 창고로 접근했다. 라이플을 제압 모드에 맞추고 안쪽을 향해 발사하자 고막을 때리는 굉음이 창고 안으로 터졌다. 이어서 빛무리가 어둠을 뚫고 쏘아져 들어갔다. 커뮤니티 사람들이 난폭한 동물을 제압할 때 쓰는 방법이었다. 소리는 공포를 만들고 빛무리는 근육을 마비시켜 순간이지만 움직임을 제어한다.


크아앙!


그 순간 안에 있던 무엇인가가 문을 뛰쳐나와 가까이 다가간 아빠를 덮치려다가 사지가 굳어 바닥에 툭 떨어졌다.


- 으악, 뭐야 이거!


아빠가 온몸을 움츠린 덕분에 무엇인가의 습격에서 무사했다. 굉음에 놀라 움츠렸지만 그게 목숨을 구한 것이다. 땅에 떨어진 걸 확인한 아빠가 이룬에게 엄지를 세웠다.


- 아빠 목숨을 구했네.

- 뭐예요? 하이에나?

- 그래. 하이에나인데 무슨 덩치가 이렇게 크냐?

- 사파리에 무슨 일이 생겼나 봐요.

- 이놈 하이에나킹이다. 영역에서 밀려난 듯?


아빠가 바닥에 쓰러져 헐떡이는 하이에나의 목덜미와 어깨에 생긴 상처를 살펴보며 말했다.


- 사파리에 있는 애들은 뻔한데 뭐가 이놈을 몰아냈을까요? 하이에나킹은 대장 노릇을 오래 한 거 같은데.

- 몇 년간 우두머리였다. 작은 애들이 우리를 뚫고 나온 적은 있지만 하이에나킹이 우리를 넘다니 무슨 일이 생긴 거지?


이룬이 라이플을 마취 모드로 바꿔 하이에나에게 쏘았다. 푸른빛이 전신을 감싸자 하이에나의 움직임이 멈췄다.


- 신연방에 연락하자. 경위도 알아봐야 하고. 대책도….


뒷말은 창고로 들어가 버렸다. 창고에서 작은 박스를 꺼내어 스카의 머리 쪽에 두고 스위치를 누르자 빔으로 된 프레임이 켜졌다. 늙은 하이에나를 빔 우리에 가둔 아빠가 창고에 불을 켜고 안을 살폈다. 한쪽에 찰리가 쓰러져 있었다. 찰리의 상태를 확인한 아빠가 목 부위에서 빠진 커넥터를 찾아 연결하니 찰리가 다시 가동되었다. “가자.” 찰리의 움직임을 본 후 아빠가 집으로 돌아가자고 했다.


- 하이에나의 공격이 딱 커넥터를 건드렸나. 근데 찰리, 인간이라며?

- 오류가 있었나 봐요. 아빠. 이제 찰리도 좀 쉬어야지.

- 그래 커뮤니티 나가면 알아보자. 13타입이 나왔다는데.


찰리는 묵묵히 두 사람 뒤를 따랐다. 앞서가던 이룬이 문득 걸음을 멈췄다.


- 근데 아빠, 아무리 오래됐어도 키퍼 센서에 문제가 생긴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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