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 동물자유연대 조희경의 아름다운 도전
사회가, 특히 반려동물과 함께 살고자 하는 사람들이 반려동물 판매 및 번식업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 중 하나는, 정서적 교감이란 도덕성에 기초해야 하기 때문이다. 예컨대 사랑하는 방식이 왜곡 된 소유욕과 신체 침해에 근거하고 있다면, 그것은 일방의 사랑이며 당하는 상대에게는 폭력이다. 이는 인간의 정서 함양과는 동떨어진 이야기다. 오히려 반사회적 심리를 부추기는 행위이다. 내가 직접적으로 비윤리적인 행위를 하지 않아도 내 선택의 결과가 비윤리적인 일을 조장하는 것이라면 그건 나에게도 책임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_90)
동물복지에 관심이 생기면서 동물보호단체와 연대하고 싶었지만 현실과 너무 맞닿은 나는 결국 타협점을 찾고 말았다. 비록 현실과 타협했지만 ㅡ물론, 모두 같은 방법으로 문제점을 해결 할 수는 없지만ㅡ 나는 그들의 삶이 궁금해졌다. 한국 사회가 바라보는 시선과 동물복지를 위해 싸워야 할 부분들이 몹시도 많을 텐데 어떻게 중심을 잡는지 알고 싶어졌다.
어떤 사람들이 어떠한 계기로 동물 복지의 일을 시작하는 것일까? ‘춥고 배고픈 사람들도 많은데 개나 고양이를 구하고 있다니’ 하면서 혀를 끌끌 대던 사람들을 어떻게 견뎌냈을까. ‘개고기 반대’라고 외치면 ‘그럼 소는? 돼지는?’ 이라고 말하는 사람들 앞에서 그녀는 어떤 것을 외쳤을까 알고 싶었다. 타협점을 찾았던 난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을 읽기에 용기가 부족했지만, 늘 그렇듯 용기는 호기심을 이길 수 없다.
“우리 아닌 다른 사람들이나 우리의 문제 아닌 다른 문제에 감응할 능력이 없다면, 도대체 인간이란 어떤 존재이겠습니까?” ㅡ수잔 손택
생명을 가진 존재들은 모두 따뜻하다. 고등생물이라고 해서 인간이 그 어떤 동물보다 우월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 모든 것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의 관점의 차이일 뿐이다. 자라나고 있는 모든 것을 존중할 필요가 있다.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는 동물자유연대 대표 조희경의 이야기다. 그녀가 동물보호를 시작하게 된 계기와 그 결심을 끌고 가면서 더 단단해질 수 밖에 없던 일들이 적혀있다. 식탁에 오르기 위해 1년에 약 9억마리의 농장동물이 죽임을 당하는 과정들을 고스란히 글로 옮겨주기도 했는데 솔직히 글들을 읽어 나가기가 쉽지 않았다.
그랬던 것 같다. 보기 힘들어서, 다 으레 그런 것이라 치부하며 모른 척 보지 못한 척 하고 살아왔다. 추위에 떨면서도 아직 사람 손이 그리운, 버려졌으면서도 사람이 주는 관심에 호기심을 누르지 못하고 다가오는 그 아이들의 눈빛을 한 번 보게 된다면 우리가 나누는 대화의 농도는 분명 짙어질 것이다. 그녀가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작은 계기처럼 나도 동물보호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는 아주 작고 우연한 것이었다.
그 작고 우연한 것들이 많이 생겼으면 좋겠다. 춥고 배고프고 도움을 받아야 할 대상이 사람에게만 국한 된 것이 아니라 동물에게도 식물에게도 우리가 닿아야 할 모든 것에 닿았으면 좋겠다. 단순한 안타까움이라기 보다는 이런 생각을 가지고 간다는 것이 함께 살아가는 삶이고, 우리가 마땅히 해야할 일이라고 본다. 늦었지만 서두르고 싶지는 않다. 천천히 녹아들고 싶다.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말이지.
《아주 상식적인 연민으로》는 에세이 형식을 빌어 동물보호나 복지에 관련해서 그녀의 일화를 기록한 것으로, 동물보호에 관련해 생각이 있다면 읽어봄직 하다. 어렵지 않게 써있으며 동물보호단체에서 하는 일, 모두가 같지는 않겠지만 그들의 방향과 행동에 대해 간접적으로 충분히 경험해 볼 수 있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