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를 든 신부

1000-0004. [그림책] 오소리, 이야기 꽃

by sagakpaper

『그림책, 사춘기 마음을 부탁해』 을 읽으면서 알게 된 그림책 《노를 든 신부》

만 3세 아이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지만, 아이가 커갈 때 같이 읽으면 좋을 것 같고, 브런치를 써야 한다는 핑계 삼아 구입한 그림책이다.


‘어린이와 어른이 함께, 저마다의 시선으로 즐겁게 읽고 다양한 이야기를 나누는 그림책을 만들고 싶다’는 작가의 말처럼 《노를 든 신부》는 어린아이들 뿐만 아니라 어른들이 읽어도 다양한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그림책이다.


사진출처 ⓒ 알라딘 《노를 든 신부》미리 보기

외딴섬에 심심한 소녀가 있었다. 아마 외딴섬에는 다 때(?)가 되면 그때에 맞춰서 신부와 신랑을 찾아 섬을 떠나는 모양이다. ‘나도 신부가 되어야겠어!’하고 소녀 역시, 모험을 떠나기로 했다. 부모는 그런 관습에 한 발 나아간 자식이 예뻐 보였는지 기뻐하며 드레스와 노를 하나 준다. 드레스를 입고 노를 갖고 신랑을 찾아 떠난다.


노를 하나 든 신부는 배를 갖고 있는 신랑감과 이루어지지 못한다. 노 하나로는 바다를 건널 수가 없기 때문인데 나는 알쓸신잡에 나온 김영하 작가의 말이 문득 떠올랐다. ‘결혼이 중산층 이상의 문화가 되어가고 있다’ 노 하나로는 신랑감도 내가 탈 배도 찾을 수 없구나. 하고 바닷가를 떠나 산으로 간다.


사진출처 ⓒ 알라딘 《노를 든 신부》미리 보기


바닷가를 떠나 만난 사람들이 참 재미있는데, 신부들이 어떤 모습이든 상관없이 신부만 잔뜩 태운 배와 산꼭대기에서 움직이지 않고 딱 붙어있는 아주 호화로운 배를 만난다. 하지만 신부는 두 번 다 거절한다. 여기서 나는 딱 알아봤지. 이 신부, 보통 신부가 아니구나? 하지만 본인의 진가를 모르는 신부는 그저 ‘차라리 심심한 게 나은지도 모르겠어’라고 생각만 하며 길을 걷다 인생을 뒤바꿀 사건 하나를 만나게 된다.



그녀가 가지고 있던 ‘노’로 사람을 살리게 된 것이다! 아니, 왜 이 노로 신랑을 찾을 생각만 했단 말인가? 그래서 노를 여러모로 활용하기 시작한다. 단조롭게 생각했던 일상이 할 일들로 번져가고 여러 활용 끝에 우연히 야구까지 가닿는다. 야구에 소질이 있던 신부의 소문이 천파만파 퍼져 야구팀 감독과 계약하고 눈을 보러 비행기를 타고 추운 지방으로 가는 결말까지 정말 완벽한 그림책이었다...!


사진출처 ⓒ youtube [이야기꽃 그림책] 노를 든 신부

우리나라도 관습이라고 해야 할까, 지금은 많이 좋아진 것 같지만, 때가 되면 어른들이 으레 묻는 그런 것들이 있다. 대학 졸업을 하면 ‘취직은 했냐?’ 어느 곳에서 일하다가 어느 정도 나이가 차면 ‘결혼은 해야지?’ 그래서 결혼을 하고 2-3년 차가 되면 ‘아이는 왜 안 낳아?’와 같은, 뭐 그런. 그런 관습 속에 살아가다 보면 어느새 쓸려가듯 살아지기도 하고 혹은 조급해지기도 한다. 각자의 ‘노’를 어떻게 활용하기보다는 어떠한 시기에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것으로 그친다.



《노를 든 신부》 그림책을 읽고 너무 좋았는데 왜 그랬나, 생각해 보면 나는 참 관습을 벗어난 채로 살아왔던 것 같다. 어린 나이에 결혼을 하고, 결혼은 캐나다 워킹홀리데이를 가기 위함이었고. 대기업을 퇴사해 결혼하자마자 캐나다에서 외국인 노동자로 일을 하며 지냈고 한국에 와서는 돈이 없고 직장도 없어 대출을 못 받아 월세살이도 했다. 돌아보면 참 하고 싶은 대로 내 멋대로 하고 살았다.


그렇다고 통상적으로 살아가는 이들을 나무랄 수는 없다. 그렇게 만든 것이 어른들이니까. 아이를 낳고 주양육자가 계속 공부하고 더 멀리 보고 경험치를 쌓는 것이 아이의 성적보다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는다. 내 멋대로 살아왔던 내 기준으로 보자면 정해진 ‘때’는 없다. 꼭 ‘가야만 하는 길’도 없다. 그러니 부모에게 물려받은 ‘노’를 어떻게 쓸 것인지 어떻게 활용하면 좋을지만 해보면 되는 거지. 인생은 생각보다 기니까.


《노를 든 신부》는 유튜브로도 제공되고 E-book도 있다. 중학생 이상의 친구들과 수업을 하게 되면 꼭 《노를 든 신부》를 해보고 싶다. 특히, 어른들과도. ‘노’를 활용해 사람을 구하는 장면 뒷부분을 상상해서 이야기를 지어내기도 하고, 각자의 ‘노’가 무엇인지 고민하게 하고 싶고, 우리가 살아가면서 굳이?라고 생각했지만 안 하면 안 될 것 같은 관습이 무엇이 있는지도 이야기 나눠보고 싶다. 대화를 나눌 ‘거리’가 많은 그림책이다. 어쩌면 이 그림책이 부모와 자식 간의 세대를 이해할 수 있는 길잡이가 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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