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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나만 갖고 그래!" 샌드위치 관리자의 절규

양쪽에서 등 떠미는 백화점 관리자의 슬픈 자화상

by 유블리안

유현상 대리는 오늘도 피로가 가득한 눈을 비비며 출근했다. 백화점 관리자인 그는 본사에서는 실적 압박을 받고, 매장 브랜드 관계자에게는 슈퍼맨이 되어야 하는 이중적인 위치에 있다. 세상에서 가장 외로운 건, 이 시소의 정중앙에 앉아 균형을 맞추는 일이었다.

본사 관리팀의 전화가 귀를 찢을 듯이 울렸다.

"유 대리, 행사는 무슨 행사야. 매장 활성화할 생각을 해야지! 손익 생각은 안 해?"

그 전화를 겨우 끊자마자, 이번엔 입점 매장 점주의 카톡이 쉴 새 없이 울렸다.

[카톡왔숑!] [카톡왔숑!] "대리님, 우리 행사 한 번 더 잡아 주셔야죠. 그러니 우리가 매출이 안 나오는 거예요. 행사라도 해야 매장에 고객이 유입되는건데 너무하십니다."

입점 고객이 줄어들게 되면 화살은 정확히 반대로 날아왔다.

본사: "행사라도 좀 해야 하는 거 아니야? 매출도 안 나오는데. 관심이 없구만."

매장: "인건비도 안 나오는데 행사를 잡으면 안 되죠."

양쪽 모두 맞는 말이었다. 그래서 더 괴로웠다. 속으로 그는 외친다. '뭐 어쩌라는 거야? 왜 나만 갖고 그래?'

그렇게 핸드폰과 사무실 전화를 번갈아 보며 땀을 뻘뻘 흘리는데, 또 전화벨이 울렸다. 안 그래도 매출이 안 나와 스트레스가 극심한데, 고객 컴플레인이었다.

상담실로 올라가자 고객은 삿대질부터 했다.

"네가 오지 말고 제일 높은 사람이 오라고 해!"

"제가 제일 높은 사람입니다! 저한테 얘기하십시오."

팀장이나 점장이 있지만, 그래도 그분들의 부담을 덜어 드리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잠시나마 소동을 막고 싶었다.

"내가 점장 얼굴을 아는데 어디서 거짓말이야!"


바로 점장에게 전화 하는 고객


"박 점장! 여기 당신을 사칭하는 직원 있는데. 나 여기 VVIP인 거 알아, 몰라?"

"아, 죄송합니다. 제가 직원 교육 잘 시키겠습니다."


'점장님 전화번호는 어떻게 알고 있지?'


한바탕 소동 후, 유 대리는 팀장과 함께 점장실로 불려 갔다.


"아무리 그래도 점장 사칭하는 건 잘못한 거지. 경위서 작성해서 제출해. 사원 관리 못한 팀장도 같이!"

문을 닫고 나오자, 팀장이 유 대리의 어깨를 툭 쳤다.


"야. 그냥 팀장이라고 하지 그랬어, 근데 그 고객이 순간 쫄았다고 하는 것 같더라. 하기야 외모나 풍채로 봤을 땐 그럴 만도 하지 하하하."

내리 갈굼 대신 날아온 쓴웃음에 유 대리는 더 비참해졌다. '신입사원 때, 성공적으로 행사를 마치고 매장주와 하이파이브를 하던 때도 있었는데...' 찰나의 회상이 스쳤지만, 곧바로 현실에 묻혔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해당 매장에서는 그 컴플레인 고객의 환불 건이 터졌다.

"환불 들어왔어요. 좀 잘 처리해 주시지... 기운 빠지네요. 미이너스 마감하게 생겼어요. 휴~~"

이렇게 좌충우돌하다 보니 하루가 어떻게 지났는지 모를 정도였다. 그렇다고 인상 쓰고 있으면 분위기가 더 어색해지기 때문에 아무렇지 않은 척 '죄송합니다'라는 말을 달고 살아야 했다.




모두가 퇴근한 늦은 밤, 터벅터벅 직윈동선을 나서는데 미화 여사님이 그를 불렀다.

"대리님, 고생 많으시네요. 이거 하나 드세요."


손에 쥐어진 작은 비타음료 한병. 그 사소한 온기에 오히려 눈물이 핑 돌았다.

그렇게 스트레스라는 짐을 어깨에 가득 지고 퇴근했다. 무거운 짐을 잠시라도 내려놓고 싶어 쓰디쓴 소주를 비우고 또 비워냈다. 집에 들어가자 아내의 잔소리가 날아들었지만, 대꾸할 힘도 없었다. 씻지도 못한 채, 잠든 아이의 방을 물끄러미 들여다보았다.

'... 그래도 저 녀석 때문에 버티는 거지.'

그 무게가 스트레스라는 짐을 더욱 무겁게 짓눌렀다. 술기운으로 잠시 잊는가 싶었지만, 시계는 야속하게도 11시를 가리켰다. 스트레스는 해소되지 않고 다음 날의 피로만 늘어났다.

잠이 오지 않아 뜬눈으로 밤을 새우는 경우도 많았지만 그날따라 더 잠이 오지 않았다. 침대 옆 협탁 위에는 내일 아침에 마셔야 할 숙취 해소제가 놓여 있었다. 그는 잠들지 못한 눈으로 천장을 응시했다.

'그래, 어쩌겠어. 나는 유현상 시소의 정중앙이니까. 내가 삐끗하면 본사도, 매장도, 저 방에 잠든 녀석도 다 무너질 테니까. 그래도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만 덜 힘들었으면...'

새벽 세 시, 그는 깊은 한숨과 함께 겨우 눈을 감았다. 지독하게 힘든 오늘을 견뎠으니, 내일의 짐도 기꺼이 짊어지리라. 그렇게 스트레스라는 짐을 짊어진 채, 그는 또다시 백화점의 문을 열 준비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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