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시선 (은나무)
첫 만남 이후 일주일이 지났다.
연락을 매일 한 건 아니었지만
도환 씨는 의외로 말투가 부드럽고 정중한 사람이었다.
과하게 들이대지도 않고
특별히 멋있는 문장을 쓴 것도 아닌데,
이상하게 자꾸 다시 읽게 되는 사람.
그 몇 번의 짧은 대화가
생각보다 오래 마음에 머물렀다.
그래서일까.
첫 데이트 약속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인 것도.
[카페에서]
카페 문을 열었을 때
먼저 와 기다리고 있는 도환 씨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들어올 방향을 계속 보고 있던 얼굴.
그의 표정을 보자마자 딱 알았다.
‘기다렸네. 많이.’
20분을 먼저 와 있었다는 건
말하지 않아도 눈빛이 이미 말해줬다.
그런데 신기하게
그런 기다림이 부담스럽진 않았다.
오히려… 귀엽달까.
가까이 다가가
“일찍 오셨네요?” 하고
내가 말을 건네자
그는 벌떡 일어나서 허둥지둥 말했다.
“저도 방금 왔습니다!”
분명 방금은 아니겠지만
그의 그런 어색한 연기가
뜻밖에 나를 편안하게 만들었다.
우리는 커피와 디저트를 주문했다.
내 취향을 기억해
달달한 메뉴가 유명한 카페를 골랐다는 말에
나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졌다.
그런 사소한 배려가
괜히 좋았다.
대화를 나누는 동안
그가 나를 보며 대답할 때마다
눈빛이 쭉 집중되는 느낌이 들었다.
말을 길게 하지 않아도
“듣고 있다”가 전해지는 사람.
그런 사람을 마주하면
묘하게 경계가 풀리는 순간이 있다.
[산책로에서]
우린 카페를 나온 뒤
근처 산책로를 걷기로 했다.
저녁 공기가 살짝 서늘해지는 시간.
바람이 코트 자락을 스치고 지나갔다.
그리고 걷다가 문득 느꼈다.
‘응? 왜 이렇게 천천히 걷지?’
나보다 보폭이 훨씬 크고
원래는 속도도 빠를 사람인 거 같은데
내 구두 굽이 또각거릴 때마다
그는 내 걸음보다 반 템포 더 느렸다.
몇 분을 걸으면서도
계속 그 속도를 유지하는 걸 보고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음이 터졌다.
“저한테 걸음 맞춰주시는 거죠?”
내가 조용히 묻자
그는 화들짝 놀란 듯 멈춰 섰다.
그 표정이
정말 너무… 솔직했다.
“아… 은하 씨 불편하실까 봐요.”
그 말이
내가 배려받고 있다는 생각에 가슴에 깊이 닿았다.
어딘가 부드럽게.
“고마워요. 덕분에 편하게 걷고 있어요.”
말하고 나니 내 목소리 톤도
조금 더 부드러워졌다.
그도 그걸 느꼈는지
표정이 환해졌다.
그 사람의 서툴고 조심스러운 배려가
오늘따라 더 크게 와닿았다.
그 사이,
우리 사이의 물리적 거리가
조금씩 좁혀지는 게 느껴졌다.
[돌아가는 길]
집으로 가는 길.
오늘의 공기가 왠지 다르게 느껴졌다.
구두 굽 소리가 또각또각 울릴 때마다
발끝이 조금 가벼워지고,
오늘 데이트에서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건 아닌데
그냥 사소했던 순간들
말투, 시선, 걸음걸이, 표정
그런 것들이 하나씩 마음에 남았다.
날 더 알게 되는 사람의 속도,
내 속도에 맞춰보려 노력하는 사람의 마음.
조용히,
하지만 분명하게.
‘첫 데이트 치고… 느낌 꽤 좋은데.’
아니,
솔직히 말하면
생각보다 더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