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환의 갑작스런 해명(유블리안)
발걸음을 맞춰 걷던 내 입가에는
나도 모르게 미소가 새어 나왔다.
우리는 벤치에 앉아 잠시 쉬기로 했다.
가로등 불빛이 은은하게 떨어지는 명당자리였다.
옆에 앉은 그녀의 온기가 옷깃을 타고 전해지는 것만 같아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그때 은하 씨가 말했다.
“아, 맞다. 아까 카페에서 찍은 사진 잘 나왔나 확인해야지.”
그녀가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화면 불빛 아래 집중하는 표정이 괜히 귀여웠다.
사진을 몇 번 넘겨보던 그녀가 고개를 끄덕였다.
“도환 씨, 저 인스타 스토리에 아까 먹은 아인슈페너 올렸어요. 나중에 보세요.”
“아, 정말요? 저도 지금 바로 볼게요!”
나는 신병보다 빠르게 주머니에서 휴대전화를 꺼냈다.
스토리를 열자 감성적인 컵 두 개가 화면 가득 보였다.
아메리카노와 아인슈페너.
그리고 사진 한구석 내 손목시계와 옷소매가 살짝 나온 부분이 있었다.
‘와… 이거 완전 럽스타 느낌인데?’
순간 심장이 미친 듯이 설렜다.
근데 인스타 스토리는 24시간 뒤면 사라진다?
말도 안 되는 상황이다.
이건 기록해야 한다.
아니, 박제해야 한다.
나는 스나이퍼처럼 정확한 손놀림으로
전원 버튼 + 볼륨 버튼을 동시에 눌렀다.
찰칵—!!!
“……?”
고요한 공원에
카메라 셔터 소리가 실내 체육관 음향처럼 울려 퍼졌다.
‘어? 왜 소리가 나지? 매너모드로 했는데.’
그때 기억났다.
지난주, 은하 씨 답장을 가장 빠르게 받겠다며 벨소리를 최대치로 올려놨던 나의 만행이.
식은땀이 등줄기를 타고 흘렀다.
황급히 휴대전화를 내렸지만 때는 늦었다.
은하 씨가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
눈빛이 가늘게 좁혀졌다.
방금 전까지 로맨틱이었던 가로등이
갑자기 취조실 형광등처럼 느껴졌다.
“도환 씨…?”
“네! 네네! 넵!”
“방금 그 소리… 제 스토리 캡처한 거예요?”
왔구나.
이 장면.
대망의 심문 시간.
내 머릿속 긍정 회로는 그대로 폭파.
비상사태 사이렌이 울렸다.
심장이 나에게 이렇게 외치는 듯했다.
‘도환아! 제발… 정신 차려!’
뇌도 혀도 손가락도 말을 안 들었다.
“아, 아뇨! 아니… 맞긴 맞는데요! 아니, 이상한 의도는 아니고요!
사진이 너무 예뻐서, 사라지면 아까워서… 제가… 그…!”
내 말은 이미 카오스였다.
얼평 참사에 이어 ‘캡처 스릴러’까지.
오늘의 나는 왜 이러는 걸까?
“지울까요? 바로 지울게요! 죄송합니다!”
비밀번호까지 두 번이나 틀렸다.
얼굴까지 달아올라서 터질 것 같았다.
그때.
“푸하하하하!”
응?
고개를 들자
은하 씨가 배를 잡고 웃고 있었다.
“아하하하, 도환 씨 진짜… 왜 그렇게 당황하세요?”
“… 화 안 나셨어요?”
“화는 왜 나요? 제 사진이 예뻐서 저장하고 싶었다면서요. 기분 좋은데요?”
그녀는 눈물까지 닦으며 웃었다.
“아까 셔터 소리 너무 커서 저도 놀라긴 했어요. 뭔가 몰카 찍다 걸린 사람 같았어요.”
나는 순간 식은땀을 멈추며 말했다.
“저는 또… 스토커로 보일까 봐…”
“스토커라니요. 그냥 ‘사진 예뻐서요’ 하면 되죠.”
은하 씨는 장난스러운 눈빛으로 나를 보며 말했다.
“다음부턴 몰래 캡처 말고, 그냥 달라고 하세요.
도환 씨 나온 사진도 있는데, 그것도 보내 드릴까요?”
“… 저요? 주시면… 가보로 남길게요.”
“푸흡 가보래. 진짜 엉뚱하시네.”
그녀의 웃음에 나도 모르게 안도감이 훅 밀려왔다.
스릴러 영화가 다시 로맨스로 돌아가는 순간.
한 가지 확실한 건 있었다.
집에 가자마자 휴대전화 볼륨부터 낮춰야 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