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하의 웃음(은나무)
(도환 씨 때문에 자꾸 웃음이 새요)
벤치에 앉아 잠시 쉬고 있을 때,
나는 사실… 꽤 편안했다.
첫 데이트였지만
도환 씨 옆은 이상하게 긴장보다
‘여유’가 먼저 왔다.
말도 많고 허둥거릴 때도 있지만
그 서툼이 오히려 나를 무장해제시키는 구석이 있다.
가로등 불빛 아래에서
조금 열 오른 볼을 식히고 있을 때,
문득 생각났다.
“아, 아까 찍은 커피 사진 올려야겠다.”
나는 휴대전화를 켜서
아인슈페너 사진을 골랐다.
달콤한 크림과,
조금은 진지하게 앉아 있던 도환 씨 옷소매가
사진 구석에 살짝 비쳐 있었다.
그걸 본 순간
나도 모르게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
‘참… 눈에 잘 띄는 사람이네.’
나는 별 의미 없이 스토리에 사진을 올리고 도환 씨에게
“나중에 한 번 보세요.” 하고 말했는데,
도환 씨는 가방 지퍼를 뜯는 속도보다 빠르게 휴대전화를 꺼내 들었다.
그 모습을 보고 잠깐 웃음이 났다.
그런데 그다음 장면은
진짜로 예상을 벗어났다.
찰칵—!!!
온 공원에 울려 퍼지는 카메라 셔터 소리.
심지어 조금 어둑한 이 공원에서
그 소리는 거의 불꽃놀이 수준이었다.
나는 놀라서 고개를 돌렸고,
도환 씨는…
얼어 있었다. 정말로.
눈이 네모난 사람이면
딱 이런 표정이겠구나 싶은 얼굴.
“도환 씨…? 방금 그 소리…?”
“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그건… 아니 맞긴 맞는데… 제가… 그…”
말이 안 나오는 모습이 너무 웃기기도 하고 너무 귀엽기도 했다.
‘어쩌면 이렇게까지 당황하지…?’
‘내 사진 하나에 저렇게 진심이구나.’
그 생각이 들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졌다.
진짜 참으려고 했는데,
참아지지가 않았다.
“푸하하하하… 도환 씨… 왜 그렇게 놀라세요…”
그는 여전히 식은땀을 흘리며
삭제하겠다고, 죄송하다고
말도 안 되는 속도로 해명 중이었다.
“제가… 스토커처럼 보일까 봐…”
그 말이 너무 억울해 보이면서도
또 너무 귀여웠다.
“스토커는 무슨… 그냥 사진 예뻐서 저장한 거잖아요.”
나는 그에게 장난스럽게 말했다.
“다음부터는 몰래 캡처하지 말고 그냥 말하세요.
제가 찍은 다른 사진도 있는데, 도환 씨 나온 것도 있어요.”
그 말을 듣는 순간
도환 씨 얼굴이 밝아지는 걸 보며
나도 괜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리고 그때 깨달았다.
‘아… 이 사람, 같이 있으면 편안하다'
나는 원래 사적인 자리에서는
감정을 앞에 두지 않는 편이고
늘 한 발 물러나서 보는 스타일인데
도환 씨와 있으면
그게 잘 안 된다.
자꾸 웃음이 새고,
자꾸 분위기가 풀리고,
자꾸 마음이 조금 더 열려 버린다.
오늘도 그랬다.
캡처 소리 때문에 시작된 소동이었는데
끝은… 꽤 따뜻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문득 생각했다.
‘이 사람…
진짜 서툴고 귀여운데…
어쩜 좋지?.’
아니,
솔직히 말하면
그를 조금 더 알고 싶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