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 첫 키스 — 비 오는 날의 사고

은하의 시선(은나무)

by 유블리안





소개팅, 첫 데이트, 그리고 조금 더 가까워진 마음.


그래서였을까.
그날 비가 쏟아졌을 때, 나는 피하지 않았다.
도망칠 생각도 없었다.


그저 같이 뛰었다.
같이 웃었고, 같이 젖었고
같이 숨이 가빴다.


처마 아래 도착했을 때
젖은 머리카락이 뺨에 붙어 차갑게 감겼고 심장은 그 반대였다.
뜨겁고 바쁘게 뛰었다.


도환 씨가 벗어준 점퍼 아래,
짧게 겹쳐졌던 우리의 어깨 온도는
아직도 남아 있었다.


나는 손등으로 물기를 쓸어내며 가볍게 말했다.


“비 온다는 말 없었는데, 완전 기습이네요.”


그는 허둥지둥 숨을 고르며 고개를 끄덕였다.
젖은 앞머리를 쓸어 올리는데, 조금 웃겼다.
근데 또… 이상하게 멋있기도 했다.


웃음을 참으려다 실패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도환 씨? 많이 젖으셨죠?"


잠시 숨이 가라앉고,
눈앞에서 떨어지는 빗줄기가 길게 늘어진 순간.
내가 먼저 그의 볼을 손가락으로 톡 건드렸다.


“얼굴에 빗물이 … 닦아 드릴게요.”


말은 그렇게 했지만,
사실 이유는 딱 하나였다.


닿아보고 싶었다.


손끝이 그의 피부에 닿는 순간,
내 심장 박동이 바로 들키지 않을까 싶은 정도로 크게 뛰었다.


그리고 나도 모르게
아주 가볍게, 아주 조심스럽게


뽀뽀.


한 번.


볼에.


작고 짧게.
하지만 분명히 닿았다.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때
도환 씨 표정은, 딱 그거였다.


‘지금 무슨 일이 일어난 거죠?’
라고 물어보는 얼굴.


너무 당황해서 귀엽고,
그 귀여움에 내가 더 당황스러웠다.


“... 보답이에요. 우산 씌워준 거.”


내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그의 눈동자가 잠깐 흔들렸다.
그 순간… 나도 알았다.


이제 한 번은 넘어갔다는 걸.


그는 아주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걸음도, 시선도, 손도
서두르지 않고, 확인하듯이.


피하지 않았다.
내가.


그리고 두 번째 닿음은
내가 아닌 그의 입술이었다.


처음엔 떨려서
숨도 제대로 못 쉬겠는 정도였는데
금방 온기가 번지고 조심스러운 압력이 느껴졌다.


빗소리가 배경음처럼 흐르고
바람도, 사람도, 세상도 조용했다.


입술이 떨어지고 나서야 깨달았다.
내 손이 그의 셔츠 옷깃을 꼭 잡고 있었다는 것을.


불안해서가 아니라,


놓치기 싫어서.


집에 돌아올 때
구두 굽이 젖은 바닥에 또각또각 부딪히는데
그 소리가 꼭 가슴 안쪽에서 울리는 기분이었다.


우린 오늘 친구에서 연인이 되었다.
비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미 마음이 비처럼 쏟아지고 있었던 걸까.


아마 둘 다.


나는 코끝을 스치던 그 향을 오래 기억할 것 같다.
젖은 셔츠, 뜨거운 숨결, 조심스러운 입술.


그리고 생각했다.


오늘은, 내 마음이 조금 더 확실해진 날.


돌아오며 생각했다.
비는 잠깐 내렸지만, 마음은 오래 머무를 거라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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