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달라진 건 아닌데, 같이 일하기는 좀 편해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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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국 문이 다시 열렸을 때,
솔직히 이 부장일 거라곤 생각하지 못했습니다.
지난번엔 문이 열리자마자
공기가 먼저 긴장했었거든요.
오늘은 조금 달랐습니다.
문 손잡이가 조용했고,
걸음도 급하지 않았습니다.
눈은 여전히 바빴지만
말이 예전처럼 바로 튀어나오진 않았습니다.
“약사님, 그때 주신 거 있잖아요.”
“그… 종합비타민 같은 거요.”
아, 그 이 부장입니다.
'말 좀 줄이 시럽'
'마음 내려 노란 알약'
증상별로 하나씩 챙겨가셨던 분.
그래서 저는 그 묶음을
이렇게 불렀습니다.
이 부장용 종합비타민.
그러나 사람 쉽게 변하나요?
이 부장은 여전히 이 부장입니다.
회의 때 말 많고,
일에 욕심 있고,
후배 일 보면 거친 말 부터 나갑니다.
사람이 바뀌진 않았습니다.
다만, 순서가 바뀌었습니다.
예전엔
말 → 화 → 후회였다면,
요즘은
화 → 숨 → 말 → 잠깐의 멈춤
이 정도는 생겼다고 합니다.
“예전 같으면 회의실에서
한 번쯤은 더 얹었을 텐데요.”
“요즘은
‘이 말, 꼭 해야 하나’
그 생각이 먼저 들더라고요.”
그 한 박자.
그게 이 약국에서 말하는
효과입니다.
팀원들 반응이 궁금해졌습니다.
이 부장은 잠깐 머뭇거리더니
이렇게 말했습니다.
“다들 저를 좋아하게 된 건 아닙니다.”
“근데… 예전처럼 피하진 않아요.”
아주 중요한 변화입니다.
존경보다 먼저 오는 건
회피의 감소니 까요.
이 부장은 요즘
남이 잘한 이야기가 나오면
바로 평가하지 않습니다.
한 번은 이렇게 말했다고 합니다.
“이번엔 그 친구 판단이 좋았네.”
말하고 나서
본인도 좀 놀랐다고 합니다.
예전의 자신이라면
절대 하지 않았을 말이니까요.
물론 부작용도 있습니다.
스트레스가 극심한 날엔
시럽 복용을 잊습니다.
야근이 길어지면
노란 알약을 건너뛸 때도 있습니다.
“어제는 좀… 옛날 이 부장 나올 뻔했습니다. 하하.”
괜찮습니다.
말 좀 줄이 시럽과 마음 내려 노란 알약은
기적을 만드는 약이 아닙니다.
다만 행동하기 전, 한 번 멈추게 하는 약입니다.
사람을 새로 만들진 못해도,
사람 때문에 마음 다칠 확률은 줄여줍니다.
“부장님, 이 약은 장기 복용하셔야 합니다.”
“끊으면… 말이 다시 빨라질 수 있습니다.”
이 부장은 웃었습니다.
비웃음이 아니라
조금 민망한 웃음이었습니다.
“그럼 계속 먹어야겠네요.”
“요즘은… 회사 오는 게 아주 싫진 않거든요. 억울함도 덜 하고요.”
“사람은 잘 안 바뀌지만, 말을 줄이고 마음을 내려놓으면 같이 일하기는 훨씬 쉬워집니다.”
이 부장도 이제 노력하는 모습이 확연히 보입니다.
회식할 때도 1차만 가고 2차는 직원끼리
즐겁게 먹도록 법인카드를 건네줄 때도 있네요.
다만 이제는
팀원들도 이 부장님의 진심을
받아주고 서로 약을 찾지 않길
바라봅니다.
유블리안 약사의
오늘 경과 관찰은 여기까지입니다.
종합비타민은
눈에 띄는 효과는 없지만,
안 먹으면 바로 티가 납니다.
사실은 저도 계속 먹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