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장. 출판사 등록, 내가 해도 되는 걸까?

내 마음의 버튼을 누르는 순간까지

by 유블리안


처음 ‘출판사 등록’을 검색했을 때,
솔직히 말하면 절차보다 단어가 먼저 눈에 들어왔습니다.


대표자.


그 단어가 이상하게 크게 느껴졌습니다.
직원이 몇 명은 있어야 할 것 같고,
사무실 간판쯤은 걸어야 할 것 같고,
적어도 출판 경력 몇 년은 있어야 어울릴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그 칸에 제 이름을 적는다고 생각하니
괜히 손이 멈췄습니다.
나는 그냥 글 쓰는 사람인데.
출판사라니.


출판사는 늘 어딘가 ‘저쪽’에 있는 세계라고 생각했습니다.
원고를 보내고, 심사를 받고,
연락을 기다리는 쪽이 제 자리라고 여겼습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제가 등록을 하겠다고 마음먹은 상황이었습니다.
이게 맞는 걸까.
내가 해도 되는 걸까.
절차를 알아보기도 전에
그 질문이 먼저 따라붙었습니다.


막상 알아보니 절차는 놀랄 만큼 단순했습니다.
구청에 출판업 신고를 하고,
사업자 등록을 하면 기본 준비는 끝이었습니다.


인쇄 시설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을 따로 임대해야 하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전자책만 한다면 더더욱 그랬습니다.


신청서 작성 후 1~3일 후 승인 문자 수신.
세금 납부.

출판사 신고 확인증 수령 후 홈택스에 사업자 등록 신규 신청

출판사 신고 확인증 스캔 후 첨부

(관할 구역 내에 동일 사업자명이 있다면 등록 불가)


이처럼 행정은 생각보다 차분했습니다.
그런데 이상하게
제 마음은 차분하지 않았습니다.


괜히 오버하는 건 아닐까.
아직 준비가 덜 된 건 아닐까.
혹시 실패하면 민망하지 않을까.


누가 말린 것도 아닌데
혼자서 여러 번 망설였습니다.
마음 버튼 하나 누르면 끝날 일을
며칠이나 미뤘습니다.


그때 깨달았습니다.
어려운 건 제도가 아니라
‘내가 저 자리에 서도 되는가’라는 마음이었다는 걸.


저는 그동안
출판사를 하나의 자격처럼 생각하고 있었던 겁니다.
마치 누군가가 “이제 당신은 출판사 대표입니다”라고
인증해 줘야 가능한 일처럼.


하지만 실제로는
신고서에 제 이름을 쓰는 순간
그 자격은 스스로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출판사 등록을 한다고 해서
갑자기 세상이 달라지는 건 아니었습니다.
직원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사무실이 생기는 것도 아니고,
책이 자동으로 팔리는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저 제 이름 옆에
‘대표’라는 단어 하나가 붙는 것뿐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단어를 적는 순간
이상하게도 책임감이 생겼습니다.
누군가에게 보여주기 위한 타이틀이 아니라,
내가 내 글을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선언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전까지는
“언젠가 책을 내고 싶다”라고 말했습니다.
등록 이후에는
“이제는 내가 만든다”라고 말하게 되었습니다.


아주 작은 차이 같지만
제 안에서는 꽤 큰 전환이었습니다.
생각해 보면
누군가 허락해 주는 일은 아니었습니다.


결국 출판사 등록은
시험에 합격해야 가능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결국 스스로에게 허락하는 문제였습니다.


해도 되느냐가 아니라
해보겠다고 정하는 순간의 문제였습니다.


등록을 마치고 나서도
세상이 달라지지는 않았습니다.
다음 날도 똑같이 출근했고,
똑같이 퇴근했습니다.
회사에서의 제 직함은 그대로였고,
통장 잔고가 갑자기 늘지도 않았습니다.


다만 하나 달라진 게 있다면
‘언젠가’라는 말이
‘이미 시작했다’로 바뀌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출판사 등록은
거창한 도전이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저에게는
망설임을 넘는 하나의 표시였습니다.


혹시 지금
“내가 해도 되는 걸까”라고 생각하고 계신다면
저도 그 자리에 꽤 오래 서 있었던 사람이라는 것만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행정은 생각보다 단순했습니다.
어려웠던 건 마음이었습니다.
그리고 그 마음을 넘는 데는
거창한 용기가 아니라
작은 결심 하나면 충분했습니다.


결국,
그 버튼은 제가 눌러야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