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에 스며든 사람과 땅의 이야기
“도를 아십니까?”
이런 말을 들으면 한때 다들 움찔했지요. 하지만 오늘은 조금 다른 의미로 이 질문을 던져봅니다. 우리가 매일 스쳐 가는 도(道)의 이름, 그 속에 담긴 이야기를 아십니까?
조선 건국 후 나라의 기틀이 잡히던 태조 4년, 전국을 여덟 도로 나누었습니다. 그때 충청도는 충주와 청주의 ‘충(忠)’과 ‘청(淸)’을, 전라도는 전주와 나주의 ‘전(全)’과 ‘라(羅)’를, 경상도는 경주와 상주의 ‘경(慶)’과 ‘상(尙)’을, 강원도는 강릉과 원주의 ‘강(江)’과 ‘원(原)’을 합쳐 이름이 지어졌습니다. 두 도시의 앞글자가 모여 한 도 전체의 얼굴이 되었으니, 그 이름은 단순한 글자의 조합을 넘어 역사와 지역의 상징이 되었습니다.
한편, 제주와 경기는 조금 다른 길을 걸었습니다. 제주는 본래 탐라국이라 불리다가 고려 때 탐라현이 되었고, 조선에 들어 제주목으로 승격되면서 섬 전체가 곧 이름이 되었습니다. 경기는 ‘경기(京畿)’라는 이름 그대로 “수도를 품은 땅”이라는 의미에서 비롯되었습니다. 고려 현종 때 개경을 중심으로, 조선에서는 한양을 중심으로 한 영역을 경기라 불렀습니다. 그래서 경기도는 특정 도시의 이름이 아니라, 수도를 둘러싼 울타리 같은 땅이었습니다.
우리는 매일 충청, 전라, 경상, 강원, 제주, 경기라는 이름을 부르며 살아가지만, 정작 그 속에 담긴 유래와 숨결을 잊고 지냈는지도 모릅니다. 익숙한 지명도 이처럼 조금만 들여다보면 낯선 얼굴을 보여줍니다.
이제 누군가 “도를 아십니까?”라고 묻는다면, 웃으며 이렇게 대답할 수 있지 않을까요?
“네, 압니다. 그 이름은 단순한 행정구역이 아니라, 그 땅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발자취가 켜켜이 스며 있는 기록이라는 것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