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충성심 점수
"유대리, 일은 참 잘하는데 말이야. 조직 융화력이 좀 부족한 것 같아."
어느 날 오후, 유대리는 팀장의 평가 면담실에서 자신의 1년이 단 한 문장으로 부정당하는 경험을 했다. 압도적인 성과 데이터, 동료들의 암묵적인 인정, 그 모든 것이 '조직 융화력'이라는 정체불명의 안갯속으로 사라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팀장도 사람이기에 모든 직원에게 좋은 평가를 주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을 것이다. 하지만 규정상 상위/하위 고과를 나눠야 하기에 모두에게 좋은 평가를 줄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다.
결국 누군가에게는 낮은 평가를 줘야 한다는 사실 앞에서 팀장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다. 이것이 바로 서로에게 껄끄러운 역할을 맡고 싶지 않은, 팀장이 마주한 불편한 진실이다.
그렇다면 평가는 어떻게 이루어지는가? 실적이라는 정량적 지표가 있지만, 만약 두 직원의 점수가 같다면 어떻게 순위를 매겨야 할까? 바로 이 지점에서 팀장의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수밖에 없는 슬픈 현실이 시작된다.
이는 비단 회사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프로야구 선수의 연봉 계약만 봐도 타율이나 홈런 개수 같은 명확한 성적 외에, 눈에 띄지 않는 희생타나 팀워크에 기여하는 사사구(四死球) 같은 요소도 중요하게 평가된다.
문제는 이러한 정성평가가 많은 회사에서 팀장의 정치적 도구로 활용된다는 점이다. '업무 능력은 비슷하다'는 전제하에, 자신에게 순응적인 직원에게 더 마음이 가거나, 반대로 마음에 들지 않는 직원에게는 작은 흠을 빌미로 낮은 평가를 주게 마련이다.
이처럼 충성도가 평가의 잣대가 되면, 직원들은 실질적인 업무 성과보다 팀장의 눈치를 보거나 평가 시즌에만 일하는 척하는 부작용이 발생한다. 결국 이는 개인의 성장은 물론 팀 전체의 발전을 저해하는 걸림돌이 된다.
경쟁을 통해 더 노력하고 뛰어난 성과를 낸 직원이 인정받는 조직문화가 절실하다. 공정한 평가는 단순한 보상을 넘어, 건강한 동기부여의 시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잊지 말아야 할 것은, 그 팀장 또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 책임 있는 구성원이라는 사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