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기억력 때문인가, 구매욕 때문인가
아주 오래전부터 눈여겨 봐온 상품이 있었다. 시간이 좀 지나 사려는데, 도무지 어디서 봤는지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때부터였을까. 일단 마음에 드는 상품이 발견되면 장바구니에 담아놓기부터 한다.
한번은 그득한 장바구비에 총 결제금액이 200만원을 훌쩍 넘긴 적도 있었다. 자잘한 생활용품들이 눈에 들어올때여서 그나마 그정도였지, 의복류나 가방류 등이었다면, 값이 나가는 가전제품류였다면 아마도 그를 훨씬 상회했을 거다.
그렇다고 그 상품을 모두 사지는 않는다. 꼭 필요한 물건 위주로 먼저 사다 보면, 어느새 식어버린 구매욕때문에 다른 물건들은 장바구니에서 삭제되기 일쑤다. 헌데도 나는 여전히 장바구니를 가득 채운다.
단순히 기억력때문일까. 구매욕 때문일까. 아니면 그렇게라도 소소한 위로와 일상의 재미를 맛보는 걸까.
물건이 넘쳐나는 세상이다. TV를 틀어도, SNS를 해도, 인터넷을 봐도 나를 좀 사주세요 하는 광고들이 넘쳐난다. 모델이 입은 옷을 보고 나 역시도 입으면 그런 모습이 될까 착각하며 채널고정 또는 클릭을 한다.
점보검색이나 기사를 보기 위해 들어간 인터넷 포탈사이트였는데 어느새 옷광고나 가방, 신발류나 가전제품, 가구류 등을 보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아이가 있으니 아이용품도 제법 걸려든다.
무심코 하는 이런 행동들이 이제는 퇴근 후 일상 속에서 어디를 이동할 때마다 찾아온 여유시간을 채운다.
실은 나의 올해 계획은 하고 싶은 일을 노후까지 하기 위해 꾸준히 습관을 만드는 일이었다.
이동 중에 책을 보기 위해 전자책을 읽자 했고, 30분씩이라도 매일 요가나 걷기와 같은 운동을 하자 했다.
기록하고 쓰는 습관을 들이자는 것도 있었고, 무엇보다 브런치 글을 주기적으로 올리자는 목표도 있었다.
글을 쓰고 싶었기에 글을 쓰면서 노후를 살아가고 싶었는데 지금으로썬 실천이 될지 모르겠다.
지금까지처럼 일하고, 남는 시간에는 인터넷서핑을 하며 광고나 영상을 청취하는 일을 하며, 피곤하다는 이유로 내일로 운동을 미루고. 전자책은 이미 기한을 넘겨 다시금 대여를 해야 하는 일상의 반복.
삼천포로 빠져드는 이유를 생각해봤다.
처음에는 기억력을 이유로 시작된 일이었지만 가만히 보니 꼭 필요하지도 않은 물품들을 장바구니에 제법 많이 담아놓았다. 구스다운 파카가 있는데도 요새 유행하는 스타일을 담아놨고, 신발은 작년에 신던 부츠가 있음에도 통굽 스타일의 부츠를 또 눈여겨 보고 있고. 특히 요새는 명품 미니 크로스백에 꽂혀 이 브랜드 저 브랜드 쳐다보고 있는지. 그뿐인가. 옷은 또 어떻고. 심지어 최근에는 노트북 등 가전제품까지.
무심코 내것이길 바라는 마음이 순간적으로 발동하는 순간, 장바구니에 잔뜩 담아놓곤 한다.
돈은 안들지만 시간은 들어가는 일이니 투자를 하는 것인데도 그걸 지각하지 못한다.
"생각을 조심하라. 말이된다.
말을 조심하라. 행동이 된다
행동을 조심하라. 습관이 된다
습관을 조심하라. 인격이 된다.
인격을 조심하라. 운명이 된다."
- 마가렛 대처
마가렛 대처가 말한대로 습관은 행동에서 나오는데, 그 깊숙한 곳에는 생각이 자리한다. 느슨해진 생각은 나를 결국 불필요한 습관으로 이끌게 되고, 시간과 함께 고착화된 습관은 쉽사리 변화하지 못한다.
얼마전 후배가 고민을 상담하며 십수년간 하고 있는 지금 자신의 직업에 재능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는 말을 했다. 그래서 겁부터 나고 의욕이 생기질 않는다고. 그 이유는 뛰어난 창의성이 자신에게는 전혀 없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나는 그에게 그렇지 않다고 했다. 어떤 직업이든 천재적인 재능만으로 영위하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고.
뛰어난 작가들이 매일 글을 쓰기 위해 직장인들처럼 아침부터 책상으로 출근해 저녁까지 글을 쓰고 퇴근하는 습관을 들인 것처럼, 유명한 예술가들이 영감을 얻기 위해 수많은 작품을 감상하고 또 감상하며 분석하는 것처럼, 어쩌면 우리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얻을 수 있는, 재능을 더 갈고 닦을 수 있는 가장 중요한 길인 매일매일 반복하고 꾸준히 정리하는 습관을 게을리하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말이다.
그 말을 한뒤, 나는 내 자신조차 실천하지 못하고 있는 말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내뱉은 것에 웃음이 나왔다.
이제라도 깨달았으니 다시금 습관을 만드는 일을 시작해야 겠다.
일단 인터넷 서핑 시간부터 줄여 장바구니를 가볍게 비우자.
유투브를 안본다는 말 따위로 합리화하지 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