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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연 Jan 12. 2024

[직관과 단상]12. 삶의 루틴

- 나도 모르게 습관이 되다.

살면서 자신의 일상을 곱씹어 보면서 분석하는 경우가 얼마나 될까.

적어도 나는 그런 삶을 살아오진 않았던 것 같다.

어떤 이들은 연말이나 연초가 되면 지난 한 해를 깨알같이 기록해놓은 문서나 

일기장 등을 보면서 돌아보고 무엇이 문제였는지를 면밀히 분석해

다음해 초부터는 달라진 삶을 살겠노라고 다짐한다고도 하던데...


나는 다소 즉흥적이며 끌리는대로, 그러니깐 하고 싶은대로 막 살았다고 해야할까.

하루하루를 충실하게 사는 것이 1년뒤, 10년뒤 나를 바꾼다고 믿는 주의였으니깐.

그런데 최근 5년 전 구입했던 다이어리를 우연히 펼쳐보게 됐다.

매일 하나의 질문에 짧게 답하는 형식을 되어 있는데 5년 간 적을 수 있게 칸이 마련되어 있다. 

5년전에 꽤나 유행이었던 것 같다. 

출처: 예스24, 5년후 나에게 Q&A a day (2024 판타지아 에디션)


당연히 1월달 몇장만 기록되었고, 것도 군데군데 비어진 상태였다. 

기록된 그마저도 꽤 예민했는지 질문에 대한 답마다 날이 서 있었다.

자신에게 영감을 준 사람은?이라는 질문에, 영감 따위를 준 사람은 없다. 지금 그저 쉬고 싶을 뿐이라는 메모를 해놓았다든가, 오늘 하루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은?이라는 질문에는 자기자신밖에 모르는 이기적이고 

권위적이며 매우 강압적인 사람과 함께 일하는 내가 측은하다는 답을 달아놓았다. 


에구. 2019년 2020년 즈음 그때 내가 거기서 일했고 누구랑 함께 일했고, 당시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파편조각들이 하나하나 떠올랐다. 정말 힘들긴 했지. 에구.

하지만 이내 별거 아닌 일에 죽겠다고 덤볐던 시절이기도 했다 

왜 그랬을까, 그래도 당시에는 그게 최선이었다는 생각이었겠지만 정말 사소한 일에 목숨걸던 시절이었다. 


어딜가나 사람사는 세상에는 크고 작은 잡음이 있기 마련이고 잡음이 상대적으로 많은 

공간에 걸어들어갔으니 당연히 하루하루 그토록 별거 아닌 일을 별거라고 여기게 됐던 것 같다.

생존본능이었다고나 해야할까. 방어기제라고 해야할까.

지금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의 나를 몇장 안되는 글을 통해 만나며, 

지금의 나는 열정이 식은 건지, 상황이 바뀐 건지 변하기 변했다 싶다.


그때부터였던 것 같다. 매일매일 뭔가를 반복하며 나만의 습관을 갖겠다는 생각을 한 것이.

그래서 5년 간 나에게 라는 매일 뭔가를 적는 다이어리를 샀던 것 같다.

당시 나는 일단 이른 아침에 일어나는 습관을 평생 가져가기로 다짐을 했다. 

그게 날 서 있는 나를 온전히 제정신이게 할 것만 같았다. 

정신없이 일해도 주말에는 꼭 교회를 가는 사람이 있듯, 뭔가 하나는 해야만 했다. 

새벽 4시에서 5시에 일어났고, 6시 30분이면 어김없이 출근을 했다. 나만의 시간이 남들 출근하기 전인 8시30분까지는 이어졌다. 아침 밥을 먹고, 이를 닦고 커피를 한잔 내리면 7시였고 그때부터 책을 읽거나 기도를 하거나 글을 쓰거나 하면서. 그리고 일기도 기록하면서.

그후 퇴근 하기 전까지는 일에만 집중하다가

퇴근 후에는 눈에 보이는 먼지라도 훔쳐내고, 씻고 가볍게 뭔가를 먹고, 월 수는 운동을 하고 나머지 요일에는 아이를 캐어하는 일에 집중했다. 가끔 줌으로 공부를 하기도 하고.  


그런데, 오래가는 습관은 없나 보다 일기도 때려치웠으니. 지금 남은 건 일찍 일어난다는 정도?

이 습관만이 내게 체질이 되어버린 것 같고, 이것저것 다 끄적이다가 만 것 같다. 

책을 읽는 일도, 글을 쓰는 일도. 또 뭔가를 공부하는 일도. 모두 다 사라졌다.


삶에서 루틴을 가져가겠다고 계획을 세우는 것은 매우 쉽지만 그걸 지속하는 건 정말로 어려운 일인 것 같다. 하루하루 똑같은 일을 반복하다 보면 지겨워지고 재미없어지는 순간이 오게 되고 그러다 보면 때려치우게 되니 말이다. 

반대로 지겨워도 꼬박꼬박 하면 결국 체화가 되며 내 안에서 다른 모습으로 발전할 수도 있을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아니하고 금새 식어버린 것이다. 인간이란 존재는 얼마나 취약한 존재란 말인가.

올해는 정말로 매일 할 수 있는 습관을 하나 만들어볼 계획이다. 그게 뭘지는 아직 모르겠지만 매일 30분씩이라도 뭔가를 꼭.

5년전 산 다이어리에 매일 기록하는 것부터라도. 하여간 내년 이맘때쯤 계속 뭔가를 반복하고 있는 나를 만나고 싶을 뿐이다.  단디 정신 차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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