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진과 영정사진 2

연명치료는 하지마라

by 딱좋은나

전원을 위해 부른 사설 앰뷸런스에 아빠와 함께 내가 올랐다.

병원에 가는 길에 아빠가 혹시 죽더라도 유언을 들을 수 있는 게 나여야 했다.

나는 집에서 아빠와 유대 관계가 가장 좋은 아빠딸이다.

유일하게 아빠가 속을 터놓고 이야기 할 수 있는 사람도 나고

유일하게 아빠에게 입 바른 소리를 따박따박 다 할 수 있는 사람도 나다.

그래서 엄마도 동생도 아닌 내가 아빠의 보호자로 앰뷸런스에 탔다.



앰뷸런스가 출발하고 거꾸로 누워가는게 불편하다는 아빠에게 나는 아빠의 휴대전화를 내밀었다.


"핸드폰 빨리 지문 인식 해제 해라.

아빠 죽으면 우리가 다 연락 돌리야 된다이가.

일단 잠금부터 다 풀어놔라. 인쟈 뭐 비밀이고 뭐고 다 없다.

진짜 죽을지도 모르니까 일단 비번이고 잠금이고 다 풀어라."

비밀이 많은 남자인 아빠는 자신의 휴대전화가 오픈되는게 퍽 못마땅한듯 하셨지만,

정말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순순히 내 말에 따라주었다.


"가스나야, 죽는다 소리는 고마 해라."


핸드폰 잠금은 풀어도 죽는 건 더 싫었는지, 아빠는 내게 결국 한 마디 하시긴 했다.


"아이고, 아빠 말 하는 거 보니 살고는 싶은 가배. 그라믄 살겠네. 죽을 뻔 해도 살라는 의지가 있으믄 반드시 산다 아이가"


"아빠 인쟈 담배 못 핀다이. 담배 다 내놔라. 내가 다 피게."


"이 가스나가 미친나. 담배는 와!"

"어어! 지금 혈압 오르면 안된다, 씅질 내지 마라.

그리고 아빠는 딸래미한테 꼴랑 그 피다 만 담배 주는 게 아깝나!"


"내가 아까바서 그라나! 가스나야!"


"이미 아빠 집에 있는 건 내가 다 챙겼다.

인쟈 아빠는 담배 못핀다. 피면 죽는기다.

혈압 더 오르면 안되니까 인쟈 말 하지 말고 가쟈이!"

앰뷸런스 안에서 나는 아빠를 들었다 놨다, 시끄럽게하여 정신을 쏙 빼놨다.

무슨 말이라도 이렇게 오바하며 너스레를 떨지 않으면.

아파서 누워있는 아빠를 붙잡고 펑펑 울어버릴 것만 같아서 어쩔수가 없었다.




구급차가 **대병원 응급실로 들어서자 여러 명의 간호사가 아빠에게 들러붙었다.

아빠는 화장실이라도 혼자 가게되면 심장이 터져버릴지 몰라 맨 정신에 소변줄을 달고 기저귀를 차고 계셨다.


그걸 지켜보는 딸인 내 억장이 무너졌다.

아빠도 보이기 민망하고 부끄러웠는지, 나더러 저리 가 있으라 하셨다.


아빠 몸에 여러 개의 선들과 기계 여러 대가 어지러이 연결된 후 간호사들이 빠졌다.


아빠한테 다가간 그 때, 동생이 어제 찍은 CT결과가 담긴 CD를 가져왔다는 전화를 받았다.


"아빠 잠시만. 브라봉이 CD 갖고 도착했대. 이거 드려야 되니까 내가 받아올게."


응급실 밖으로 나가자 동생이 보호자 명찰을 내게서 받아갔다.


"내가 설명 들었으니까 내가 갔다오께! 아빠도 좀 보고."


"그래라."


그렇게 나, 동생, 엄마, 올케 순으로 보호자 명찰을 바꿔 달아가며 아빠를 보러 응급실로 들어갔다.


"아버님 지금 중환자실로 옮기신대요!"


올케가 헐레벌떡 뛰어나오면 말했고, 남동생이 자신이 보호자로 가겠노라며 아빠를 따라갔다.


응급실에서 좀 더 오래 있을 줄 알았는데,

이미 이전 병원과 이 병원과 담당교수님이 미리 협의를 해둔 터라 중환자실에 병상이 배정 되어있었다.

그 덕에 아빠는 빠르게 중환자실로 옮겨졌고, 나는 그 날 아빠를 다시 볼 수 없었다.


응급실에서 본 모습이 혹시나 마지막일까 싶어,

중환자실로 옮겨가는 걸 보지도 못한 내 눈에 눈물이 쉼 없이 흘렀다.


들어가보지도 못하는 중환자실 앞에서 만난 의사 선생님은 아빠 상태가 비교적 안정적이라했다.

그러면서 당장 수술을 해야 할 정도는 아닌것 같으니, 약물치료를 하며 경과를 지켜봐도 될 것 같다 하셨다.

그 날 나는 친정에서 엄마와 하루를 더 자고 안심하여 일상으로 돌아왔다.








돌아온지 24시간도 채 되지 않아 아빠는 다음날 아침 전원한 병원에서 결국 대동맥류가 터져 수술을 받게 되셨다.

병원이 아니었더라면 죽는다는 소리도 못하고 죽어버렸을지도 몰랐을 테다.

천만다행히도 아빠는 수술이 가능한 병원에서 혈관이 터졌기에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이었다.


"누나야, 아빠 결국 아침에 심장 터지가 지금 긴급수술 들어 간단다. 내 지금 병원서 연락받고 빨리 오라해서 동의서 쓰러 간다."


마른 하늘에 날벼락같은 동생의 말에 내 입에서 자동반사적으로 한 마디가 나왔다.


"야! 딴 건 다해도 연명치료는 안한다 해라."


"뭐? 그래도 우째.... 아빤데."

동생은 나의 말에 정말 깜짝 놀란 듯 했다.


"야, 정신차리고 현실적으로 생각해라.

내 애 셋 키운다. 니도 직장인이고 돌도 안된 애 키우고.

아빠 드러 누움 누가 간병하고 누가 그 병원비 감당할낀데.

나는 미안한데 못한다.

아빠 전원시켜서 수술할 수 있게 한 거로 우리는 우리 할 일 다 한 거다.

지금부터 죽고 살고는 아빠 팔자 소관이고 아빠 운명이다.

그리 알고 다른 건 다 해도 연명치료는 안한다 못박아라."

"....................... 아...... 가시나.... 진짜 잔인하네."

한참 고민을 하는지 말이 없던 남동생은 나를 원망했다.


"잔인이고 지랄이고, 이게 현실이다. 괜히 감성팔이 해서 고생 할 생각하지 마라.

한 명 아파서 드러누우면 집구석 다 개박살 난다. 분명히 말해라. 연명 치료 없다이."

"............ 알았다."

고민은 되겠지만 오롯이 혼자 안고 갈 수 있는 정도의 무게가 아니다보니 동생도 수긍했다.

아무리 사랑하는 아빠라도 나는 연명치료를 해드릴 수 없었다.

돈과 시간 간병까지 그 누구에게도 그 짐을 지우게 하고 싶지 않았고,

아빠 역시 그렇게까지하며 살고 싶어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리고............ 누나가 옆에 없어서 미안하다.

내가 있었으면 니가 이런 거 안해도 됐을낀데."


사랑하는 내 동생에게 누나로서 해줄 수 있는게 없었다.

제 아버지의 죽음과 삶의 결정을 하는 보호자로서 혼자 동의사를 쓰러 가는 그 마음이 어떨지.....

곁에 있어주는 단순하고 기본적인 것도 해주지 못해 짐을 지운 것 같아 속이 상했다.

"뭐라하노. 내도 다 컸는데. 내가 아빠 아들인데. 쓸 데 없는 소리 하지 마라."

내 걱정과 염려와는 달리 남자어른이 된 동생은 든든한 대답을 하고 전화를 끊었다.

벌렁거리는 심장을 부여잡으며 렌즈를 낀 눈에 힘을 잔뜩 주었다.

젖은 머리를 털어내고 외출복을 입었다.

오늘은 딸들의 학교에서 학부모 공개수업이 있는 날이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가족사진과 영정사진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