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마흔의 고단함을 딱 보여주는 달이다.
날도 좋고, 하늘도 푸른 5월은,
어릴 땐 어린이날 선물에 신나고, 어버이날 삐뚤빼뚤 편지를 쓰던 추억이 있다.
하지만 이제는 선물 고르고, 예약하고, 카드 쓰고, 챙기고, 통장 잔고에 눈물을 짓는다.
어린이날엔 뭘 사줘야 기뻐할까? 놀이공원은 미어터질 텐데.
어버이날엔 뭘 드려야 좋아하실까?
정성은 담고 싶고, 너무 과하면 부담이고, 너무 성의 없으면 찜찜하다.
식사 예약도 해야 할 텐데… 벌써 다 예약 마감이라고? 다들 왜 이렇게 빠른 거야. 예약 전쟁이다.
물론, 가족과 함께 하는 시간은 행복하다.
오랜만에 모두 만나 손주들을 보며 기뻐하는 부모님의 모습에는 절로 미소가 지어진다. 어린이날 선물을 받고 뛸 듯이 기뻐하는 아이들을 보면 또 어떤가? 그래, 이게 행복이지 싶은 순간들이다.
그래도 그렇지, 세상 모든 효자, 효녀가 밖으로 나온 그날.
우주 최강 자상한 부모님들이 다 같이 밖으로 나오는 그날은 정말이지 쉽지 않다.
아이들의 만족도를 채워야 하고, 부모님과의 식사 자리도 불편함이 없도록 조율해야 한다.
그 와중에 사람들은 어딜 가나 바글바글. 나 같은 내향인들은 인파에 기가 쪽쪽 빨린다.
또 내 통장은 텅장이 되어 간다.
문득, 이 끼어버린 나이에 대해 생각을 했다.
어려서 몰랐다고 할 수도 없고, 나이 많으니 배려해 달라 할 수도 없는 나이.
젊은 패기는 사라지고, 나이 든 사람의 지혜는 아직 없는 것 같은 그 중간의 어디쯤.
어딜 가도 어린 나이는 아니지만, 병원에 가면
아직 젊으시잖아요
라는 말로 모든 걸 퉁쳐버리는 애매한 나이, 마흔 말이다.
도전하던 20대, 살아남기 위해 애쓰던 30대가 지나고 맞이한 40대는 안정적일 줄 알았다.
그런데 이게 웬걸. 여전히 나는 서툴다.
커리어도, 체력도, 삶도, 엉성하고 어설프기만 한 모습이다.
50이 되어야 진짜 인생 시작이지, 40대는 아직 몰라.
누군가 그랬다.
그럼 40대의 혼란스러움은 인생 1막이 끝나고 2막이 시작되기 전, 과도기의 그것일까?
돌이켜보면, 20대는 어설펐지만 열정에 활기찼고 30대는 버거웠지만 절실함에 보람이 있었다.
그러니 지금 이 어정쩡한 시기가, 그 혼란함이 나중에 또 어떤 매력으로 나에게 다가올지 모른다.
마흔이라는 부록에는, 진짜 2막을 여는 열쇠가 담겨 있을지도 모르겠다.
어쩜, 나는 진짜 어른으로 거듭날지도 모르겠다.
마흔. 이렇게 흔들리기만 하는데, 불혹이라니.
불혹이 뭐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