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흔 살 장래희망

by 해사

지난주 발행일에 망설이다가 글을 올리지 못했다.

마흔 살에 새로운 꿈을 갖게 되었다는 내용으로 글을 쓰려고 했었다.

그런데,

글은 다 썼는데 발행 버튼이 좀처럼 눌리지가 않는 거다.

미루고 미루다 발행 예정일은 지나버렸고, 어느새 다시 일주일이 흘렀다.


사실 구독자도 몇 없는, 나 혼자 올리고 있는 내 공간에

어떤 글을 올려도 아무도 신경 쓰지 않을 걸 알지만,

이 나이에 성공의 기록을 쓰는 게 아니라

시작의 다짐을 쓴다는 건 참 스스로에게 민망하기도 했나 보다.


마흔이라는 나이는 새롭게 시작하기보다는

무엇인가 이루고, 더 큰 시야를 가지고 꿈을 펼쳐야 할 줄 알았다.

나도 내가 그럴 줄 알았다.


하지만, 인생은 역시 호락호락하지 않다.

나는 이 나이에 비로소 새로운 시작을 꿈꾸고 있다.

얼마 전 아이가 해맑게 물었다.


엄마, 나는 커서 엉덩이탐정이 될 거야.
엄마는 커서 뭐가 되고 싶어?



어이없고 귀여워서 웃다가 누가 내게 마지막으로 꿈을 물은 게 언제였더라 생각이 들었다.


돌이켜보면 이제껏 나는 흘러가는 대로 살았다.

고등학교 때 우리 학교는 제2외국어로 프랑스어와 스페인어 중 하나를 선택해야 했다.
엄마는 친분 있던 선생님께 어떤 걸 택하면 좋을지 물었고, 그분은 농담처럼 말했다.
“화장품 이름이라도 읽으려면 프랑스어 배우는 게 낫지.”
그 말이 웃기면서도 어쩐지 그럴듯해 난 진짜 프랑스어를 선택했다.


그 뒤로도 내 선택은 주변 말에 흔들리고, 분위기를 따라갔다.

기준은 단 하나. 가장 무난한 것.

그러다 마흔이 되어, 아이를 키우며 일을 멈추고 나서야 생각한다.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이런 질문을 지금에서야 던지는 이유는 모르겠다.

마흔이어서 그런 걸까.

일을 쉬고 있어서 그런 걸까.

다만 확실한 건, 고민의 시간이 찾아왔고

그 고민이 의외로 설렌다는 거다.


새로운 일을 하고 싶다 하면, 누군가는 말한다.

“지금?”

“이제 와서?”

그래, 맞다.

이 나이에 진로 탐색이라니.


하지만 의외로 주변을 둘러보면,

조용히 방향을 바꾸는 친구들이 있다.
아이를 키우다 다시 공부를 시작하는 친구,

커리어를 접고 전혀 다른 길을 걷는 이들.


다들 괜찮아 보이지만

속으로는 누구나 고민하고 있지 않을까.
이 길이 맞는 걸까?
다시 시작해도 괜찮은 걸까?

그 질문들 앞에서 혼자가 아니라는 사실이 묘하게 위로가 된다.


그래서 오늘, 용기 내어 글을 쓴다.

마흔까지 진로 탐색을 할 줄은 몰랐고,
글로 꺼낼 용기가 생길 줄도 몰랐다.
무엇보다 이 나이에 다시 설렐 줄 몰랐다.

이제라도 나를 다시 만났다는 사실,

그것만으로도 삶은 조금 더 활기차다.


엄마는 말이야,
글도 쓰고 그림도 그리고 싶어.
우리 같이 좋아하는 걸 해보자.
엉덩이탐정, 너도 화이팅이야.
이전 10화미안, 엄마 사실 빠순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