흩어진 것이 제 자리를 찾을 수 있다면

스스로 충전기로 들어가는 이어폰

by 유연선

세상이 참 편리해졌습니다.

청소는 청소기가, 빨래는 세탁기가, 설거지는 식기세척기가 대신해 주지요.

그런데도 여전히 귀찮은 게 많습니다.

하지만 귀찮음이야말로 새로운 발명을 만드는 원동력인지도 모릅니다.


요즘 제게 가장 귀찮은 건 전자기기 충전입니다.

휴대폰, 이어폰, 태블릿, 전자책, 스마트워치까지.

늘 충전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꼭 필요할 때 배터리가 바닥납니다.


그래서 상상해 봅니다.

로봇청소기가 스스로 충전기로 들어가듯,

이어폰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총총 달려가 케이스 속에 쏙 들어가는 모습.


게다가 들어가는 이어폰이 “먼저 퇴근합니다.”

한마디까지 해 준다면,

고단했던 하루였을지라도

우리 미소 한번 더 짓지 않을까요?



생각해 보면, 제가 원하는 건 이어폰 하나의 충전이 아닙니다.

모든 흩어진 것들이 제자리를 찾아가는 풍경을 원하는 걸지도 모르겠어요.

어질러진 물건도, 무질서한 세상도, 그리고 도무지 잡히지 않는 제 마음도 말입니다.

keyword
이전 03화자존감을 키우는 기술이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