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17년 동안 한 번도 싸우지 않은 이유

별 거 없지만 별 거 있는 비결

by 유유




"우리 처음 데이트할 때 진짜 떨렸잖아.

초밥 뷔페에서 초밥이 코로 들어가는지,

입으로 들어가는지.. 그리고 여보 운전면허 따고

첫 도로주행 연습할 때도, 학원 안 가고 내가 다

연습시켜 줬는데, 한 번도 화 안 내고 가르쳐준 남편에

대해서 써봐. 내가 결혼하자고 프러포즈했을 때도.."


"작가님, 우리 작가님." 하며 옆에서 조잘조잘

끊임없이 글쓰기 소재를 제공해 주는 남편.


그렇다. 남편은 나의 가장 든든한 지원군이다.

"우리 유유, 하고 싶은 거 다 해."의

정석을 보여주는 사람이랄까?

내가 유튜브와 인스타그램 운영을 한다며 나댈 때도,

책을 읽는다며 몇 시간이고 앉아 있을 때도,

글쓰기를 한다며 집안일을 등한시할 때도,

그저 나라는 사람을 믿고 응원해 주던 사람이다.




연애만 6년, 결혼생활 11년 차,

2009년에 만나 지금까지 함께하면서

우리는 단 한 번도 싸운 적이 없다.

비정상적이라고? 사실인 걸.

거기에는 세 가지 비밀이 숨어 있다.



첫째,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쿨하게 인정한다.

고치려 하지 않고 받아들이는 것.

솔직히 나와 다른 그 사람의 습관이나 행동들을

아직도 이해할 수는 없다. 그저 그러려니 하고,

내가 할 수 있는 건 내가 해버리는 것이다.

일례로, 내 남편은 이부자리 정리를 절대 안 한다.

(우리는 서로의 숙면을 위해

싱글 침대 두 개를 두고 쓴다.)


처음에는 신경 쓰이고 짜증도 났다.

그러다 속으로 쌍욕을 하며 이부자리 정리를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 이부자리 정리가 뭐라고

쌍욕까지 할 일이냐고! 그다음부터는 허물을 벗고

나온 듯 남아있는 그의 이불을 쿨하게 정리한다.

(때때로 모르는 척 지나칠 때도 있지만)

그의 허물을 치우는 건 이제

내게 사랑의 흔적을 정리하는 루틴이 되었다.


남편의 입장도 마찬가지.

나에게는 아주 나쁜 습관이 있다.

일을 미룰 수 있을 때까지 미루는 것.

ESTJ 남편이 볼 때는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다.


아이를 재우고 나와 남은 집안일을 얼른 해치우고

쉬면 될 것을, 쉬는 것을 먼저 택하고

("나는 먼저 쉬면서 충전을 해줘야 설거지할 힘이 나."

라는 말도 안 되는 소리를 하며) 앉아있는 나를 향해

"제발 얼른 해치우고 쉬라!" 외치기를 수백 번.

남편은 이제 아무 말도 하지 않는다.

그저 "먼저 잘게, 고생해." 한 마디 하며

굿나잇 키스를 해줄 뿐.



둘째, 우리는 누구라도 마음이 불편한 상황이 생기면

술상부터 편다.

그리고 마주 앉는다. 듣는다. 서로의 말을.

상대방의 말을 중간에 끊지 않기,

비난이나 힐난하지 않기,

감정을 깨끗이 풀고 자리를 마무리하기,

이 세 가지 규칙을 지킨다.

그 안에서도 언성을 높이는 일은 없다.


한 가지 웃긴 에피소드가 있다.

남편의 본가에서 저녁식사를 마친 뒤,

어떤 주제를 두고 서로 진지하게 토론의 장을

펼치고 있는 우리 부부에게 아이가 한 마디 했다.


"엄마, 아빠, 그러다 이혼하겠다."


순간, 그 자리에 있던 모두가 빵 터졌다.

이혼이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냐 하니 할머니가

보시던 드라마에서 배웠다고 한다.

평소 얼마나 안 싸우면 그저 서로의 의견을

(아이의 입장에서는 조금 과격한 말투였나 보다)

피력하는 그 상황에서 이혼이라는 단어가 나올까?

이혼이라는 단어를 알고 난 뒤,

아이는 조금만 진지한 대화를 나누어도

"이혼한다."라는 말을 내뱉었고,

우리는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싸우는 척을 한 것. 처음 겪는 상황에

어리둥절한 아이에게 우리는 말했다.


"준영아, 이게 진짜 싸우는 거야.

엄마랑 아빠가 네 앞에서 이렇게 싸우는 모습을

보일 일은 앞으로도 없을 거야.

그러니까 이제 이혼 이야기는 그만하기."


그 뒤로 아이는 거짓말처럼 이혼이야기를

꺼내지 않았고, '엄마, 아빠가 싸우나?'하고

걱정하는 일도 없어졌다.



셋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남편의 깊은 인내와

희생이다.

그는 투잡을 뛰며 자신을 갈아 넣으면서도,

나에게 단 한 번도 경제적 부담을 준 적이 없다.

본인에게 쓰는 돈 만 원은 벌벌 떨면서도,

아내의 성장을 위해 쓰는 돈은 아까워하지 않는

사람.

"밥 하기 싫어"라며 내놓은 라면 한 그릇에도

"당신이 끓여준 게 제일 맛있다"며

고맙게 먹어주는 사람이다.


밖에서의 스트레스를 집 현관문 안으로 들여오지

않겠다는 철칙을 11년째 지키는 남편을 보며,

나는 그가 닦아놓은 평온한 길 위에서 마음껏

글을 쓴다. 나는 남편의 희생을 당연하게 여기는

'썅년'만은 되지 않기로 오늘도 다짐한다.


우리가 앞으로도 단 한 번도 싸우지 않을 거라

장담할 수는 없다. 하지만 분명한 건, 우리는

서로의 다름을 존중하는 법을 알고 있고,

술상 앞에 마주 앉아 대화할 용기가 있다는 것이다.

나를 '작가님'이라 불러주며

나의 꿈을 지켜주는 남편.

그의 인내가 헛되지 않도록,

나는 매일 성실히 나만의 땅을 넓혀갈 것이다.

지금처럼 서로를 존경하며,

그렇게 맛있게 늙어가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