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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Jan 06. 2021

정확한 애정의 실험

알량한 이해를 통해 세계를 넓히기, <82년생 김지영>


#82년생김지영 #정확한애정의실험

어차피 영화는, 예술은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하던 것들을 조금이나마 체험할 수 있게 해주는 일, 그렇게 알량한 이해를 통해 스스로의 세계를 손톱만큼 넓히는 일이다. 이만큼 아련하고 슬프고 끝내 눈물을 보이다 민망해져 주변을 둘러보자 대부분의 사람이 훌쩍거리는 걸 목격한 영화는 참 오랜만이었는데, 내가 뭐 얼마나 대단하게 지켜야 할 것이 있다고 이런 걸 보는 것도 또 보았다고 말하는 것도 망설였는지 이 마음이 못내 부끄러웠다. 세상의 가장 큰 절반조차 결코 이해하지 않겠다는 자세로 일관하는 세계는 얼마나 단단하게 옹졸할는지. 이만큼 보편적인 지영이의 이야기는 누구도 불편하지 않게 하려는 배려가 돋보이는 섬세한 서사다. 이것은 그저 한 사람의 서사로 읽힐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그것은 어찌 보면 미온적이고 수동적이라는 측면에서 또 다른 분쟁의 씨앗이다. 그런 것일까. 어차피 다 편 드는 거니까, 사는 건. 우리는 이 편과 편과 편의 세계에서 필사적으로 많은 것을 느껴야 한다. 굴러간다고 다 바른 것은 아니니까. 세상은 멀쩡한데, 그러니까 요지경인데 누구도 잘못하지 않았다. 그건 누군가가 스스로의 잘못을 숨기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한 생조차 누군가에게 빚진 것일지도 모른다. 우린 많은 당연함을 너무 쉽게 까먹고 만다. 우린 마침내 원죄를 타고난 존재들이다. 벗어날 길은 어디에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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