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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정쓰 Dec 28. 2016

남은 기억으로 살아가게 된다고

기억으로써 존재하는 삶의 의미,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바구니 달린 자전거라니. 세워두면 뒷바퀴가 뜨는 브레이크라니!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1 #울컥

오프닝 장면이었다. 누구에게도 이입되지 않았음에도 울컥 눈물이 났다. 자전거 바구니에 얌전히 앉은 고양이, 회색 빛의 아스팔트를 달리는 자전거, 앞바퀴 사이로 보이는 북해도의 바다가 어쩐지 너무 아름답고 또 서글퍼서. 무척 신선한 경험이었다. 그런 영화가 다 있더라고요 글쎄.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2 #남은기억

세월과 함께 우리가 그동안 다져온 확신은 빛이 바랜다. 생각과 논쟁을 거듭할수록 모든 현명한 대답들이 나로부터 멀어지는 탓이다. 그렇게 모든 것에 '이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을 때쯤 우리에게 남는 건 기억 뿐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늘 아래 전혀 새롭지 않은 죽음과 가족, 친구, 연인의 기억을 절묘하게 버무린 뻔한 이야기가 이제껏 우리를 울려온 이유일 테다. 돌아가신 어머니, 결코 다정하지 않았던 아버지와의 때늦은 화해, 첫사랑과의 안타까운 추억들과 같은 진부한 기억의 조각들. 남은 기억의 조각들로 살아가는 건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을 했다.



서글플 만큼 아름다운 기억도 있는 것이다


#세상에서 고양이가 사라진다면 #3 #레바뮌걱정

놀이터에서 흙먼지와 함께 자란 우리는 '요즘 젊은 것들'의 추억을 우려한다. 집에서 핸드폰만 보고 사는 아이들이, 게임으로만 소통하는 그들이 그럴 듯한 추억 하나 없이 자랄까 성의 없는 걱정을 한다. 하지만 아마 그들에게는 물건이 추억에 핵심적인 매개로 존재하는 것일 테다. 이른바 사물이 관계가 시대의 도래! 실제로 얼굴을 맞대는 것보다 전화가 편한 세대가 있듯, 전화보다 문자가 편한 세대도 있는 것이다. 철저히 고립을 향해 달려가는 것 같았던 우리네들의 삶, 어린이네들의 삶도 결국, 어떤 다른 종류의 관계로 달려가고 있을 뿐이다. 그리스의 철학자 소크라테스는 그런 말을 했다. '요즘 아이들은 폭군과도 같다.' 걱정을 위한 걱정이다. 



자연은 흐른다, 내 모든 것이 사라진다 해도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4

더 이상 채우지 않아도 좋을 삶이다. 이미 채워진 것들을 사랑하는 법을 배울 필요는 분명히 있다.




#세상에서고양이가사라진다면 #4 #고냥이 

일본 영화에서는 유독 고양이가 우리의 동반자로 등장하는 경우가 잦다. 우리보다 한발 앞서 허무함을 경험한 세대가 영화를 만들고 있어서일까. 애착이 강한 강아지보다 고독을 기꺼이 참아내고 또 즐길 줄 아는 그 성격이 우리와 닮았기 때문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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