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을 부르는 냄새

by 이베뜨

나는 가끔 아침에 일어나 창문을 통해 들어오는

기분 좋은 냄새에 취해 있을 때가 있다.


그중에서도 평범한 하루의 시작에

색을 더해 주는 냄새는

"어, 이거 그때의 냄새인데?"

하게 되는 냄새이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슬그머니

추억을 부르는 냄새.


오늘은 차가운 공기의 틈새로 들어온

포근했던 그 겨울의 냄새가

내 마음속에 있는 추억을 부르더니

그리운 그 시절로 나를 실어서 데려다 주었다.


아빠와 박스로 썰매를 만들자마자 신나게 뛰어가서

해가 질 때까지 코가 빨개지도록 타던 그때.

실컷 놀고 와서도 끊임없이 재잘거리며

엄마 품에 쏙 들어가 차가운 얼굴을 녹이던 그때.


그 시절의 장면들이

아주 천천히 내 머릿속에 그려졌다.


예전에는 이렇게 예쁜 기억들이 떠오르면

한없이 따뜻한 기분이 들었는데,

어느 순간부터는

그리움이 그 위에 살포시 얹어져 있다.


세상은 참 빠르게 변하고 있고,

세월도 참 빠르게 흘러가고 있다.


철부지 어린 아이였던 나를 그려보며

내 마음이 점점 몰랑몰랑해진다.

나는 아직도,

그 시절의 나와 마음을 공유하고 있다.


가끔은

시계 바늘을 돌려서

그 시절에 잠시만 머물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생각 없이 스르르 잠들고

창틈 사이로 인사하는 눈부신 햇살을 보며 일어나던,

엄마, 아빠의 손을 잡고 시장으로 가면서

아이스크림을 먹을 생각에 신이 나서 깡충깡충 뛰던

그 시절에 잠시만,

아주 잠시만 머물다 오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크게 숨을 쉬어 본다.

추억을 불러 준 냄새가

내 마음속에 그리움을 살며시 두고 간다.


#23. 추억을 부르는 냄새.PNG


ㅣ이베뜨

일러스트ㅣ이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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