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시 논술을 만나다

쫄딱 망해버린 첫 입시, 그리고 논술

by 영우천사

나는 주변 친구들이나 일반적인 사례에 비해서 다소 이질적인 입시 과정을 걸어왔다. 고등학교 성적이나 수능 성적을 생각하면 지금 내가 다니고 있는 대학은 결코 올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의 학교까지 올 수 있었던 이유는 두 번의 논술 시험을 뚫어냈기 때문이다. 입시 논술과 편입 논술을 순서대로 거쳤는데, 입시 논술을 경험해 본 사람은 많을 수 있어도 편입 논술이나 이 두 가지를 모두 겪어본 경우는 아주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 두 가지를 모두 한번에 통과한 경우는 더 적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나를 지금의 여기까지 올려준 논술 시험에 대한 발견은 매우 우연한 계기였다.


상술했던 것처럼, 고등학교 성적이 나쁘지는 않지만 훌륭한 성적이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하고 싶은 것이 많았던 나는 방송부와 학생회 활동을 아주 열심히 했고, 공부는 그 핑계로 살짝 옆에 놔두고 살았다. 우연하게도, 훌륭한 선배를 만난 덕분에 그 선배가 학생회 운영을 주도하던 상황에서 정말로 다양한 것을 실험했고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내가 만들어낸 것 중 하나가 학생회 선거 개표방송이었다. 이렇게 다양한 활동을 하면서 방송부 활동과 학생회 활동이 학생부종합전형을 대비하는 것이라는 아주 그럴듯한 사고 회로를 만들어 냈다. 그 덕분에 공부와 멀어지지는 않았지만 결코 가깝지는 않은 사이를 유지했다. 덕분에 첫 입시는 쫄딱 망했다.

정확하게는, 모의고사 성적이 나쁘지는 않았다. 적어도 수시로 대학을 가지 못했을 경우, 정시로도 충분히 해볼만한 성적은 유지(지금 생각해보면 엄청 간당간당하긴 했다.)하고 있었다. 그랬기 때문에, 학교 활동을 믿고 수시는 상대적으로 상향 지원을 했다. 거의 모든 학교 선생님도 그랬고, 부모님도 지원해주셨다. 학교에서는 너 처럼 많은 활동을 했는데도 학생부종합전형으로 갈 수가 없으면 이 학교에서 상향 지원을 해볼만한 사람도 거의 없다고 그러셨다. 당연하게도 수시는 망했는데, 문제는 수능이었다. 그 해 수능이 악명높은 2019 수능 국어였는데 내 성적을 받쳐주는 국어가 무너지고 나니 사실상 수능 점수도 써먹을 수 없게 되었다.

그래서 나는 재수생이 되었다. 재수생은 입시에 있어서 선택지가 많지 않다. 수능을 열심히 준비해서 수능 점수로 대학을 잘 가는것이 거의 전부이다. 수시 전형의 대부분은 학생부종합전형이나 학생부교과전형이 차지하는데 이미 첫 입시에서 망해봤기 때문에 대체로 다시 도전할 이유는 없다고 생각했다. 앞만 바라보고 수능만 준비하던 상황에서 나에게 논술이라는 새로운 길을 열어준 것은 엄마와 재수학원이었다. 내가 다닌 재수학원에서는 수능을 중심으로 해서 논술을 살짝 끼워서 가져가는 것을 가장 일반적인 재수생의 입시 형태로 보았고, 엄마는 한 입시 설명회에서 논술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내가 반드시 도전해야 할 무언가라고 생각하셨다고 했다. 그래서, 깊게 생각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재수생인 내가 꼭 해봐야 할 무언가로 인식하게 되었다. 그렇게 나와 논술의 인연은 꽤 우연히 시작되었다.


막상 원서를 써야할 시기가 오니 마음이 불편했다. 나는 개인적으로 내가 완벽하게 통제할 수 없는 상황에 놓이는 것을 매우 싫어하는 편이다. 더 정확하게 표현하면 어떠한 것을 망치거나 못하는 것 처럼 보이는게 싫어서 거의 완벽하게 준비해서 내가 대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지 않도록 하려고 한다. 그리고 돌발 상황에 놓여서 받는 부담감이 너무 싫다. 그렇다 보니, 단 한번도 해 본적이 없는 논술 입시라는것 그 자체가 좀 꺼려졌고, 무의식적으로 멀리했다. 그런데 입시를 한다는 사람이 원서를 쓰지 않는것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기에 일단 무언가를 하긴 해야 했다. 막상 각을 잡고 고민을 시작하니 여러 문제가 발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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