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 후 소속이 사라졌을 때
오롯이 '나'라는 이름 석 자로 서야 한다는 서늘함이
가장 먼저 피부에 와닿는다.
명함 뒷면의 든든한 ‘빽’이 사라지고
오롯이 혼자 서야 할 때의 그 낯선 공기.
모든 결정의 끝에 내가 있고, 그 결과에 대한 책임도
혼자 감당해야 한다는 사실은 예상보다 꽤 묵직했다.
이 책임감이 부담스러울 때,
우리는 관성적으로 ‘N분의 1’을 떠올린다.
책임과 불안을 나눌 동업이라는 그럴듯한 탈출구.
'누군가 옆에 있으면 좋겠어.'
'내가 못하는 걸 그 사람이 채워주면 좋지 않을까.'
'같이 하면 이 길이 덜 막막할 것 같아.'
처음엔 나도 그랬다. 하지만 이제는 안다.
결핍에서 시작된 관계는 대개 서로를 갉아먹거나,
더 큰 공허함만 남기고 끝난다는 것을.
혼자서 못 하는 일은 같이 해도 못 한다.
아니, 함께 하면 더 망한다.
더더군다나 방향조차 제대로 잡지 못한 초창기에,
그저 무서워서 잡은 손은 대개 좋지 못한 엔딩으로 이어진다.
내 선택의 무게를 타인에게 덜어내려는 순간
사업의 주도권은 흐릿해지고, 결국 모든 책임은 돌고 돌아 다시 나에게로 돌아온다.
물론 운 좋게 좋은 파트너를 만나 시너지를 낼 수도 있다.
하지만 그런 행운을 감당할 그릇이 되기 위해서라도,
반드시 혼자 서는 시간이 필요하다.
빳빳한 사업자등록증을 직접 손에 쥐어보고,
인감증명서를 떼러 다니며 결정의 무게를 배우는 시간.
생전 처음 세금계산서를 끊어보고,
내 통장에서 빠져나가는 부가세와 종소세를 보며
일의 앞뒤를 파악하는 과정들.
이 지루하고 막막한 퀘스트를 스스로 깨며
일이 어떻게 굴러가는지 직접 확인해야 한다.
그렇게 나만의 단단한 굳은살을 만들어야 한다.
낯설고 투박한 궤도를 지나면 비로소 조금씩 길이 보인다.
홀로 서는 게 무서워 누군가를 꿈꿨던 그 막막한 시간들이,
비로소 내 사업을 제대로 시작할 준비가 되었다는 선명한 신호였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