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와인미장원 Sep 17. 2023

마흔을 맞이하며

80년대생 어른이 100시간 소풍 기록, 나이

마흔이라는 숫자는 내게 오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 세상 물정 모르던 대학시절, 내 눈엔 다소 늙은 사회인 OB선배들에게나 있을 법한 숫자였다. 그들은 원래 그 나이로 태어나 처음부터 세상을 알았던 것처럼 보였다.


그런 내게도 몇 달 남지 않은 시한부 마흔이 찾아왔을 때, 조금 두려운 마음이 들었다. 이렇게 늙을 순 없어, 갑자기 먹던 음식 양을 줄이고, 운동을 더 등록하고, 피부과를 끊었다. 30대의 마지막 발악.

언제 나이 들었다고 느끼시나요?


체력이 예전 같이 않다고 느낄 때

운동도 이젠 약간 살기 위해서 하는 거예요

만사가 귀찮을 때


어린 친구들을 보면서 나도 저 땐 저랬지~

보며 웃을 때, 저도 나이 들었나 싶어요


요즘 세대 말과 문화를 유튜브로 찾아봐야 할 때.

맞아요, SNL 재밌는데 부연 설명이 필요함.

신입사원은 거의 이해 불가하더라고요

그들도 우리의 이해를 바라지 않을 걸요?

전 이제 그 마저도 관심 없어요


시간은 모두에게 공평하게 흐른다. 나에게 오지 않았을 것 같은 시간들도 지나고 보면 금새 10년, 20년. 소녀 시절이 엊그제 같다던 할머니의 말씀은 진실이었나 보다.


Y2K 패션이라며 유물을 입는 것이 신기한 듯 이야기하는 콘텐츠를 보며, 그 시절이 그렇게 옛날인가 싶다. 그때가 그리 오래지 않은 것 같고, 나 역시 그렇게 성숙하거나 무언가 알고 있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40대가 가까워지며 달라진 것은?


서른이 될 때와는 좀 기분이 다른 것 같아요.

뭔가 더 초초하달까?

경험자로서 그런 건 되기 직전에만 그래요.

그래도 여유는 생겼죠. 돈도 마음도

초조해지는 것도 있어요. 결혼이나 아이 같은 것들

이제는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생각되서겠죠.

그래도 지금이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2023년의 80년대생들은 마흔을 앞두고 있거나 혹은 현재 진행형인 사람들이다. 딱 원하는 모습은 아니어도 지금이 전반적으로 나쁘지 다고 평가하는 건, 꽤 오랜 기간 다닌 직장도 있고 와인과 사람을 사귈 여유가 있는 사람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콩나물 시루가 된 출근 지하철 안에서 생각한다. 놀고 싶다. 원래 내려야 할 역에 내리지 않고, 하얀 모래가 가득한 에 따뜻한 모래를 만지작 거리며 생각 없이 누워있고 싶다. 지금 마냥 놀면 나의 오십, 육십이 어떨지 알기에 실행하지 않을 뿐. 유행처럼 번진 남의 퇴사 이야기는 오늘도 유튜브로만 짧게 대리만족 한다.


앉을 자리나 났으면 좋겠네. 출근은 늘 늦지 않게.




당신이 상상한 40대는 어떤 모습인가요?


* '80년대생 어른이 100시간의 소풍기록'은 2022.1 ~ 2023.6, 일 년 반 동안 160여 명의 80년대생 또래들을 만나고, 약 100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붉은색 문구는 모임에서 나눈 질문카드의 문장입니다. 오늘 하루를 마무리하며, 스스로에게 질문을 건네보세요.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