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이 함께하는 소셜 모임을 하고자 할 때, 가장 걱정되는 건 통제 밖의 사람들이다. 사람이 정말 모일까, 모임이 재미있을까 같은 문제는 한참 다음이다. 흉흉한 뉴스가 많은 요즘 시대에 온라인으로 모르는 사람들이모이는 게 과연 괜찮은 일일까?
누군가 소위 꽐라 되어 가게에 대자로 뻗어버리기라도 하면, 어떻게 하지? 엎고 갈 단짝 도 없는 그 사람은 누가 어떻게 처리한단 말인가? 처리라고 말하니 다소 우습지만, 모임을 열기 전 혼자 온갖 상상을 다 했다.
걱정되고, 궁금하다.
걱정보다 호기심이 많은 주인장은 결국 모임을 열었다. 긴장되던 모임 첫날,처음 만난 또래들. 오후 3시에 모인 그들은 밤 12시까지 수다를 떨다 갔다. 계획된 3시간을 훌쩍 넘긴거의 8시간의 토크였다.
1기 게스트들 중 몇몇은 다시 모임을 찾아주었다.두 번 세 번 많게는 7번까지 오신 분도 있었다.그 이후 1년 반 동안 약 160여 명의 80년 대생들이 한적한 주택가의 와인샵에 들렀다. 어설펐던 호스트는 3시간제한의 스킬도 터득했다.
비공식 번개를 제외하고도100시간이 넘는 긴 시간 동안 모임을 열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재미와사람이다.다수의분들이매너 있고유쾌한분들이었다. 감사하게도 큰 사고도 없었다.물론 취기와 흥이 오르면 와인잔 한 두 개는 깨질때도 있다. 앞다투어 함께 깨진 잔을 치우고, 미안하다며 와인도 몇 병 사가는 게스트들은 그저 빛이었다.
20대 소셜모임에서 다양한 사건사고가 있음을 전해 들을 때마다 생각한다.
모두같이나이가 들어다행이다.
물론 많은 사람이 모인 곳이다 보니 별 신기하고 이상한 사고 체계를 가진 사람도 있었다. 어찌 저런 염치와 뻔뻔함으로 삼사십 평생을 살았을까, 내 상식으론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야기하자면 다소 기니,궁금한 분은오프라인에서.
그저 세상엔 직업과 생김새만큼이나 다양한사람이 있다는 것과세상 모든 이를 다 이해할 필요도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들은그들의 인생을 살뿐이다.
80년대생만 모이는 모임이지만, 꼭 와보고 싶다는 90년대생 지인이 깍두기로 참여한 적이 있었다. 3시간가량의 모임이 끝날 때쯤, 유일하게 우리와 향유한 시대가달랐던 그가 말했다.
제가 여기서 가장 어려보이는 사람으로 뽑히지 않은 건 살짝 섭섭하지만, 너무 뜻깊고 즐거운 시간들이었어요. 나중에 여기 모이신 분들 만큼 나이가 되었을 때, 저도여러분 같은 여유를 가졌으면 좋겠어요.
타임머신을 타고 미래를 다녀온 기분이에요.
평범한 연애, 별거 아닌 고민, 불안, 옛날 그 시절 이야기와 같은 시시콜콜한 이야기. 나만 그런 줄 알았는데, 너도 그렇구나.서로의 이야기를 듣고 건네며 다른 또래들도 비슷하다는 걸 아는 것만으로도 위로가 되었다.
지금 딱히 문제가 없다면 그게 행복이다
- 배우 조인성 -
이렇게 많은 또래들과 동시대를 나눌 수 있었던 건주인장으로서도행운이다. 살짝 앞서 가본 이들이 괜찮다고 하니 앞으로 인생도 기대가 된다. 그다지 주목받지 못한 낀 세대이지만 80년대생들은잘 지내고있었다.
오늘도 자신만의 인생을 잘 살아가고 있을 친구들이 언제나 행복하길 바라며, 80년대생 소풍 시즌 1을 마친다.
친구야, 늘행복해.
언젠가더 재밌는 소풍에서 다시 만나.
* '80년대생 어른이 100시간의 소풍기록'은 2022.1 ~ 2023.6, 일 년 반 동안 160여 명의 80년대생 또래들을 만나고, 약 100시간 동안 나눈 이야기를 바탕으로 합니다.
오랜 기간 함께하고 응원해 준 게스트님들 모두 감사합니다. 다들 생업이 바쁘지만 드문 드문 만나요. 와인소풍은느슨한 연대를 지향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