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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와인미장원 Jan 28. 2024

노하우

사이드허슬

또 와인 마셨어요? .

누구랑? 혼자.

참나, 오늘도 5시까지 계속 이러겠네.


 대리가 건넨 숙취 젤리를 먹고 의자에 눕다시피 고개를 젖혔다. 사라지고 싶다. 만드는 이들에겐 미안한 말이지만 숙취해소용 젤리는 진심 효과가 1도 없다.


와인을 사랑하지만, 숙취는  적응이 되지 않는다. 자체 생체실험 결과, 머리가 아프지 않고 적절하게 취할 수 있는 와인의 적정량은 750ml 와인의 절반이다. 피노누아 와인잔으론 2잔 반 정도의 분량인데, 둘이서 한 병을 나눠먹으면 딱 맞는다. 어제밤 혼자 마신 포트가 몇 잔이었는지 기억나진 않지만 적정량은 훌쩍 넘긴 게 분명하다. 머리가 꽤 아팠고, 그 날 와인샵 창업을 결심했다. 뭐 부터 해야하지? 내가 가진 건, 와인을 마실 수 있는 입과 시간, 그리고 의지뿐이었다.




이름에 체크해주시고 편하신 곳에 앉아주세요.


직장만 다니다가 갑자기 창업을 하려고 하면 막막하다. 시중에 나와있는 책 역시 나의 상황과 딱 맞는 것을 찾기 어렵고, 창업 카페엔 온갖 푸념 혹은 광고 뿐이다. 긴 호흡으로 A부터 Z까지 알아야 하나의 가게가 완성되고 운영될텐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 지 백지상태가 된다. 그래서 우리나라에 프랜차이즈가 이렇게 많나 보다.


대뜸 일면식도 없는 가게에 들어가 수익은 어떠십니까, 어디서 납품을 받으십니까, 물어볼 수도 없는 노릇이다. 온라인과 활자로 기웃거리는 것에서는 답을 찾을 수 없을 것 같아 강연을 신청했다.


강연장엔 나이가 지긋한 분 부터 20대로 보이는 젊은 분 까지 다양했다. 대부분은 혼자 온 모양새이다. 강연 포스터에 팔짱을 끼고 환하게 웃고 있는 사장님들은 나와 비슷한 나이의 여자 둘이다. 강연자는 둘 중 머리가 긴 한 명. 둘은 해외에 본사를 둔 유명한 회사를 다니며 가게를 함께 운영한다고 했다. 외국회사라 그런지 업무에 큰 지장이 없다면 업무 외 창업을 하는 사이드허슬을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한다. 둘 다 술을 좋아했고, 다양한 사람들과 술자리가 좋아 시작했다던 창업 이야기는 꽤나 흥미로웠다.


질문 있으신가요?

.. 혹시 물건은 어디서 납품 받아야 하나요?

하지만 내게 지금 필요한 건 힙한 컨셉보다 현실적인 루트였다.

아는 분이 소개시켜주셨어요.   

...   

자, 다음 질문이요.


크게 기대하진 않았지만 필요한 정보를 바로 알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 된 사실이지만, 답변으로 나왔을 정보는 사실 어려운 건 아니다. 다만 그들도 나름 어렵게 알아낸 걸, 바로 알려주긴 싫었을 것이다. 정보의 크기가 크든 작든, 바로 알아낼 수 없는 정보를 노하우라고 부른다. 모르는 사람에게 듣고 싶은 정보를 듣지 못하는 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하는 편이 낫다. 친분을 쌓거나, 직접 발로 뛰어야 한다.


오후 7시. 딱 죽고 싶은 마음이 드는 숙취도 사라지게 만드는 시간의 마법이 완전히 작용되는 시간이다. 숙취는 사라졌고, 이미 나의 걸음은 그녀들의 맥주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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