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테리어라고 할 것도없다. 철거한 그대로 노출된 벽과 배관, 공사장에서 볼법한 쇠로 만든 진열장. 네온사인과 화려한 음악과 조명으로 미완성인 듯한 가게의 단점을 잘 보완했다. 진열대 위에 규칙 없이 놓인 병맥주들. 저게 팔릴까 싶은 유니크한 것들이 가득했다.구석과 바에 앉은 몇 팀의 손님이 보인다. 가게에 여러 번 왔는지 편안히 바닥에 누운 대형견 한 마리까지.
바 안에는한여자가손님의 대형견의 얼굴을 비비고 있다.오늘 강연 포스터 안에 웃고있던 머리 짧은 사장이다. 누가 손님인지 주인인지 잠시 헷갈릴 만큼 스스럼없어 보이는 관계.어차피 술 마실 거, 어차피 놀 거, 돈 벌면서 한다는 강연자의말은 사실이었다. 어지럽게 붙은 사진들과 수많은 친목모임이 이 가게를 버티는 기둥 같았다. 별거 아닌 공간에 별거를 만들어놓은 셈이다.
투올을 파네?! 덴마크의 수제맥주인데 가격도 비싸고 찾는 이가 많지 않아 국내에서는 만나기 어려운 상품이다. 반가운 마음에 산타 고제 잇 올을 골라 창가 바에 앉았다.피스타치오 하나요.
가게 네온사인이 반사되는 창 너머로 환히 불을 밝히고 있는 작은 가게들이 보인다. 언젠가는 나도 내 가게를 하고 싶어.상상일 땐 알지 못하는 자영업자의마음. 저 많은 가게 안에 평생 모은 돈과 시간과 노동력을 바친사장들이 머무르고 있다. 딱히 손님이 더 오지 않아도 약속된 시간보다 먼저 불을 끌 수는 없는공간이다.
어! 그 가게 없어졌네?가게 앞을 지나가던 행인은1초 정도 폐업을인지하고지나친다. 다음엔 뭐가 들어오려나? 우리가 스쳐간 그 많은 가게들의 평균 생존기간은 1년 남짓. 임대차기간 2년을 겨우 버티고 폐업하는 가게는 셀 수 없이 많다.
아무 생각 없이 가다, 안 가다를 반복하다 스타벅스로 향했던 많은 날들이 떠오른다. 말 한마디 섞어보지 않았지만가끔 가던동네 커피숍 사장에게 괜히 미안한 마음이 든다. 오랜만에 만난 덴마크산 맥주도수가 좀 높았나 보다.
피스타치오는 이게 마지막이라, 그냥드세요.8,900원. 가격표도 떼지 않고 봉지째 놓인 남은 피스타치오.신기한 가게다.
내일 저녁에 뭐해요?
민 대리의 톡. 핸드폰 겉에서 보이는 문장을 읽고다시 내려놨다. 가끔 별 시답지 않은 물음을 건네는 그의연락은다음날 출근길에 답하기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