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은 내편이었어
“폐암이네요 수술하셔야 해요”
’ 엄마 내가 결혼하기 전에 꼭 건강검진 시켜줄게 ‘
엄마 품 떠나기 전에 항상 다짐했던 건데
머지않아 그날이 왔고
나는 대학병원에서 가장 좋고 비싼
건강검진 프로그램을 골라
엄마 머리부터 발끝까지 싹 검진을 시켜드렸다
반지하에서 오래 살았던 탓일까
폐암이라고 한다
천만다행으로 폐암 1기라서
수술하고 항암은 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엄마가 폐암에 걸린 건 정말 싫지만
1기라서 정말 다행이었다
나는 밤마다 울면서 빌었다
‘제발 나에게 하나뿐인 우리 엄마를 뺏어가지 말아 주세요 수술 무사히 잘되게 해 주세요 ‘
엄마는 많이 무서웠는지
수술하지 않겠다며 생떼를 부리기 시작했다
의사가 본인 매출 올리려고 그러는 거 아니냐면서 휴
수술하기까지 엄마 비위 맞추는 게 정말 너무 힘들더라
우여곡절 끝에 수술 날짜를 잡고 엄마 곁을 지켰다
정말 좋은 명의 선생님을 만나
수술도 잘 끝났고
엄마의 회복도 좋아져 갔다
순간 모든 것이 파노라마처럼 흘러지나갔다
‘내가 만약 정신병자 집단에서 탈출하지 않았으면
우리 엄마 폐암인 줄도 모르고 그 집에서 고생만 하다 보낼뻔했네’
‘내가 만약 돈이 없었더라면 건강검진도 못해서 발견도 못할뻔했네’
‘내가 만약 결혼을 늦게 했더라면 폐암을 알지 못하고 지나갔을뻔했네’
모든 일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리고 제일 중요한 타이밍
내 인생에서 가장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다
순간순간의 타이밍들이 만들어져
우리 엄마를 살려냈다
돌이켜 보면 고된 삶이었지만
세상은 내편이었다
남편이 진짜 싫고 짜증 나게 미워질 때
나는 이때를 생각한다
‘남편이랑 결혼하지 않았다면 우리 엄마 병을 몰랐을 텐데 얼마나 감사해? 다 남편덕이네 참 감사하다!‘
하고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