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엄마랑 나는 야반도주하는 것처럼
신속히 이사를 강행했다
여기서 또 한 번 부딪히면
그땐 진짜 끝이라는 생각이 가득했거든
그동안의 시간들이
파노라마처럼 휘리릭 지나간다
얼마나 고대했던 날인가
엄마와 나는 말은 안 했지만
서로가 알고 있음이 분명했다
엄마는 외삼촌이 계속 신경 쓰이나 보다
모진 수모를 당한 엄마와 나지만
떠나는 순간까지
“그래도”의 공식은 깨지 못했다
“그래도 갈 땐 가더라도 외삼촌 내복 선물 하고 가자”
“그래 엄마 그렇게 해서 엄마 마음이 편해진다면 그렇게 해.. “
내복을 얼굴에 내동댕이 치고 싶었지만
난 결국 “그래도”의 공식에 따를 수밖에 없었다
하하하
떠나는 날
외삼촌은 우릴 못마땅해하며 악다구니를 했다
끝까지 궁예짓이구나 더 이상 볼일 없으니 잘살든 말든
죽든 말든 이제 내 알바가 아니다
이삿짐센터 아저씨가 갸우뚱하며 물었다
“ 이렇게 좋은 집을 놔두고 이사는 왜 가셔요?”
우리는 쓴웃음을 애써 지으며 웃을 수밖에 없었다
“훌훌 털어버리고 얼른 나가자 엄마”
새로운 보금자리를 향해 가보자고..!
떠날 때 외갓집에서 만든 된장을 챙기지 못했다
숙모가 끓여주던 된장찌개가 종종 생각나
나를 슬프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