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읽고 있다 생각하지만 아니었다.
책을 읽어 본다. 제목에 빠져 뭔가 있을 것 같은 느낌으로 읽어 본다. 저자는 원하는 챕터를 골라 읽어도 무방하다고 말하지만 “뭘 알아야 골라서 읽지!”라고 생각하며 처음부터 읽어 본다. 처음에는 자기 계발서를 찾게 된다. 왜냐하면 가장 읽기 쉽고 뭔가 목적이 있는 듯 보이니까.
어떤 제목에 이끌려 보게 된다. 혹시 하는 마음과 설마 하는 마음이 동시에 작용한다. “뭐 어떠냐. 읽다 보면 뭔가 달라지겠지” 그렇게 시작한 독서는 생각과 달랐다. 한 페이지를 읽는데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줄을 치면서 읽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줄을 칠 만한 곳이 없다. “나 혹시 바보인가?” 다시 읽어 본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좀 전에 읽었는데 마치 처음 읽는 듯한 느낌이다. 아니 난 지금 무엇을 한 것인가?
이건 읽은 것도 읽지 않은 것도 아니다. 왜냐하면 난 글자를 보았고 문장도 보았다. 그리고 페이지도 넘겼다. 그런데도 난 아무것도 읽지 않았다. 분명하게 읽었음에도 읽지 않은 것으로 되어 있었다. 혹시 난독증인가? 아니다. 그렇다면 아예 글을 읽지 못해야 한다. 이게 무슨 상황인가? 다들 어떻게 책을 읽는 것인지 매우 궁금해졌다.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만든 책도 있다. 독서를 장려하는 책들.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각자의 주장을 펼치면서 가장 좋은 방법이라 말한다. 그래서 따라 해 봤다. 어떤 이는 책에 줄을 치면서 읽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책을 아껴다며 읽어야 한다고 한다. 어떤 이는 책을 읽을 때 정자세로 읽어야 한다고 한다. 또 어떤 이는 단 한 줄로 그 책을 정의해야 한다고 한다.
너무 복잡하다. 책. “그냥 읽으면 되는 게 아닌가”하는 생각이 든다. 왜 책을 읽어야 하는지에 대한 목적이 사라졌다. 목적이 없다고 남는 게 없다는 말을 하는 이도 있었다. 하지만 아무리 해도 남는 게 없는 걸 어쩌란 말인가!! 이제 알았다. 난 글을 읽지 못했다는 것을. 그래서 글의 의미를 깨닫지 못했다는 것을. 바보였다. 철저하게 내가 누구인지 알게 되었다. 난 글을 읽을 줄만 아는 바보였었다.
책을 읽으니 이제 알게 되었다. 책이 얼마나 대단한 가치가 있는지 말이다. 이래서 책을 읽으라고 했나 보다. 솔직히 귀담아듣지 않았다. 어쩌면 보이지 않는 두려움으로 인해 그런 게 아닌가 조심스레 추측해 본다. 하지만 걱정할 필요는 없다. 다행히도 읽고 또 읽으면 된다. 글자가 보이기 시작하고 한 문장을 그대로 읽을 수 있게 된다. 그러면서 점점 영역을 넓혀가면 된다. 아마도 그때가 되도라도 모든 게 이해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저 읽을 수 있다는 것일 뿐이다. 의미는 그다음이다. 찌릿한 느낌을 받을 때까지는 읽고 또 읽는 것만이 전부다. 그게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