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게 준 행복이 얼마나 큰지 모를 거야
피치 못한 사정으로, 또는 그저 덜 중요하단 이유로 잊고 있었던 내 취미들. 그중 22년, 가장 즐기지 못한 건 출사지 않을까. 카메라를 놓은 지 어엿 몇 개월이다. 우선 몇 대씩 있는 필름 카메라들이 어딘가 하나씩 아프기 시작했고, 주먹구구식으로 고쳐봤지만 소용이 없었다.
사실 성격상 아무 곳이나 가서 수리를 맡길 수 없기에 벌써부터 귀찮음이 눈앞을 가린다. 가격이 괜찮은 곳, 빠르게 해결할 수 있는 곳, 친절한지 등등. 사실 집에서 종로까지 가는 거리도 만만치 않기에 모든 과정을 생각하니 시작도 하기 전에 내게 질려버렸다. 또한, 내가 값비싼 취미를 가졌다는 걸 각인이라도 시켜주듯 필름값이 나날이 하늘을 찌른다. 분명 18년도만 해도 코닥 컬러플러스를 한 롤에 3천 원 주고 샀는데, 요즘 컬러플러스는 구하기도 어렵고 구해도 2만 원은 족히 넘는 귀한 아이가 됐다. 이러한 이유로 손에서 멀어져 간 내 사랑했던 취미.
최근 인화를 맡긴 건 22년 여름. 36컷짜리 일회용 카메라였는데, 플래시도 없는 라이트 한 모델이었다. 단순히 다른 버전보다 싸서 구매했던 기종. 네이버 최저가로 검색해서 급히 산 기억이 난다.
반년 넘게 한 롤도 찍지 못했다니. 애정 깊게 바라볼 사진 한 장 없이 오랜 시간을 지냈다니.
최근 사진첩을 보면서 소중한 걸 잊고, 잃을까 겁이 덜컥 났다. 바쁜 삶이 우선순위라며 내팽개친 내 것들. 다시 주워 담고 곱씹으며 다시금 영유해야지.
아무튼, 사랑한 것을 잊지 말자. 2023년에 다시 사랑할게!
+) 아픈 카메라들은 열심히 고쳐 일본 여행 이야기로 돌아올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