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빛길 Jun 30. 2022

꿈의 공식

고통과 내가 포개지면

비가 왔다. 비가 쏟아져서 내가 쏟아진 날이 생각났다.

흔들 흔들 위태롭다 쏟아진 날, 나는 바닥에 납작 흩어졌다.


손을 잡고 싶어서 내 두손을 포갰다. 

두손의 온도와 습도, 질량과 부피가 비슷해 큰 고통이 느껴지진 않았다.


그날, 늘어진 나의 온도와 습도, 질량과 부피로 바닥은 고생을 꽤나 했다.

차가운 바닥의 온도를 탓하는 나와 달리

그는 자신의 묵묵함까지 이고 있었다.

그래서 몇배는 괴로웠을 것이다.

나는 쏟아질 때마다 누군가에게 몇배의 괴로움을 준다.


쏟아지지 않게 조심 조심 걷는다.

(이타심때문이 아닌 이기심때문에)

지나치게 조심하다 보니 속도는 점점 더뎌진다.


속력=거리/시간이니까

빛의 속도로 가도 아직은 한참 먼 거리.


빛보다 느린 속도로 비가 쏟아졌고

비보다 느린 나는 그대로 젖어 쏟아졌다.

쏟아진 나는 비에 섞여 흐른다.

비와 함께 포개져 빛을 꿈꾸며 흐른다.


꿈=나+비

이제야 겨우 날개가 생겼다.


매거진의 이전글 서서히 이방인이 되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