찰나의 순간이었다.
그날의 날씨는 왠지 포근했고,
어째서인지 낯선 눈이 무섭지 않았다.
그래서 기분이 좋았다.
“오늘 하루도, 열심히 하루를 나볼까?”
ー그때 마주친 당신의 눈은 빛이 났다.
정적을 깨고 말을 건넸다.
아무런 실없는 시시콜콜한 대화가
그 당시엔 꽤나 즐거웠다.
내가 어떤 사람인지 이 사람에게
내 단점부터 급하게 고백하고 싶은 걸 보아하니,
아마도 조만간 금방 사랑할 수도 있겠구나.
그런 생각을 했다.
내 치부를 고백한다는 것부터가
내 이런 모습도 사랑해 줄 수 있냐는
물음과도 같으니까.
그날의 날씨가 오전부터 우중충 했더라면.
이유 모를 자신감 따위 솟아나지 말지.
나와 눈 마주치지 않았더라면.
처음부터 당신을 무서워할걸.
하루만 더 늦을걸.
사랑을 하루만 더 미뤄볼걸.
조금만 더 경계하고, 마음을 전부 주지 말걸.
괜히 함께 아파하는 버릇 때문에.
당신에게 내 청춘을 드리겠다고 그러지 말걸.
시간의 여백을 발견하지 못했더라면,
그러지 않았더라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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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회하느냐고?
아니, 절대.
절대 마주하고 싶지 않았던 쓰린 마음이다.
굳센 마음으로 당신만 보고 살면 되겠다
ー그런 애석한 생각을 하고 나서
당신에게 상처를 받으니까 꼭,
처음 가졌던 다짐에 비해
두세 배나 되어 보이는 크기의 상처가
진물을 흘리며 그 위에 앉았다.
내게도 나름의 이유가 있었다.
길고 복잡한 생각 전부 말고,
난 당신이 보고 싶었다.
몇 초, 몇 분이라도
눈 마주 보고 웃으며 떠들어대고 싶었다.
그날의 날씨는 포근했고,
마음은 덕분에 따듯했다.
그래서 사랑인 걸 눈치챘는데
정말 운도 지지리 없구나.
그 찰나의 순간만 군더더기 없이
모나게 잘라서
태워버리고 싶다.
그 찰나가 차라리 꿈이었으면 좋겠다.
한바탕 꿈이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