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런 걱정 없었던 사랑을 했다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누군가를 사랑할 때면,
내가 너무 작고 또 작아져서
자존감이 바닥을 칠 때까지
상대방을 내 위로 받들어 사랑할 테니,
나는 그게 너무 지쳐서,
그렇게 하면 내가 혼자일 때 너무 괴로워서.
그래서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었다.
그럼에도 사랑을 시작하고,
당신을 사랑하겠다고 다짐했을 무렵
마법같이 아무런 걱정 따위 생각나지 않았다.
그저 온전히 당신을 행복하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
내 불행을 옮기지 않고,
내 우울을 옮기지 않고,
내 갈증을 당신으로부터 채우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노력했다.
늘 근심 걱정이 가득했고,
당신은 늘 항상 내 눈 위에 있었다.
우러러 바라봤다.
그렇게 해서 내가 아프고 쓰려도
당신은 늘 내 위에 있었다.
그게 곧 내가 사랑하는 방법이었다.
당신을 너무 사랑해서
우선 내 흉터부터 가렸다.
내 아팠던 과거를 들키고 싶지 않았다.
그래서 덤덤한 척을 했고,
담대히 이겨낸 사람인 척했다.
불안이 내 목을 조르고
무거운 우울이 나를 덮쳐올 때면,
도와달라는 말보다
사랑한다는 말을 먼저 했다.
그렇게 하면 다 나아질 줄 알았다.
사람으로부터 기피하는 현상을 가졌을 무렵엔
이 세상 모든 것들이 무서웠다.
누군가 나를 지켜보는 것 같은 시선을 느꼈고,
내 뒤에 누군가 있진 않을까 두려웠고,
아팠던 기억이 나를 삼켰을 때
그때가 되면 당신에게 들킬까 봐 조마조마.
마음을 가렸다.
내 마음을 숨겼다.
그게 내 사랑의 방식이었다.
당신만큼은 걱정이 없기를,
당신만큼은 덜 아프기를,
당신만큼은 나로 인해 행복하기를
—그게 곧 우리의 행복이 되기를.
그렇게 해도 당신과 결국 과거가 되어서는
현재에 사랑을 하는 존재가 아닌
사랑을 했던 과거의 존재가 되었을 무렵에는
또다시 원점으로 돌아와 다짐했다.
다시는 사랑을 하지 않겠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자들은 다 불행한 것 같아서요.
그래서, 사랑하지 않겠습니다.
..
.
내가 죽음의 문턱 앞에 섰을 무렵에,
15층 꼭대기가 무섭지 않고
내려다보는 땅바닥이 가깝게 느껴졌을 때,
당신에게 불행을 옮기면 안 되니까,
그렇게 해서 우리가 다시 무너지면 안 되니까,
우리의 과거 위에 굳은살이 생기기까지
열심히도 기다렸다.
딱지가 앉을 때까지,
우리가 느꼈던 따스한 바람마저 느껴지지 않게.
그러기에 당신은 행복해야 한다.
내가 없어도, 나를 잊어도,
모두를 잊어도,
또다시 기억을 잃어버린다고 해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