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아직 살아있습니다.
매 순간 죽으려 노력했습니다.
끝도 없는 내 노력에 이제는
하늘이 나를 놓아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그 매 순간마다 나를 지켰던
온 우주의 만물이
이제 나를 포기하고,
하늘로 올라갈 수 있도록.
아주 편한 세상으로 갈 수 있도록
그렇게 나를 놓아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나에게 불행이 닥칠 때면
나는 나를 포기하는 것이 정답이라 생각했고,
내가 내 사정도, 나의 가족도, 나의 아픔도
모든 것들을 내려놓을 수 없기에
나는 나를 내려놓는 것만이,
그것만이 정답이라 생각했습니다.
파도는 나를 육지로 꺼내었고,
나에겐 위협이 되지 않는 수많은 칼날들이
결코 나를 죽게 내려놓지 않았습니다.
이맘때쯤이면 그런 생각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제는 불행한 순간에 죽고 싶다기보다,
아주 행복한 순간에 죽고 싶다는 생각.
너무 행복해서 눈물이 나고,
나에게 끝내 여유라는 게 생겼을 무렵에
나는 그때 죽는 것이 낫겠다고.
하나도 무섭지 않을 것 같다고.
내 눈물이 제 앞을 가려
아무것도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요.
나는 어디로 가야 합니까?
나는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합니까?
나를 옳은 길로 인도해 줄
추상적인 하늘의 신도,
이 땅에 존재할 신도
사실 전부다 나를 지키고 있는 것은 맞을까.
그들이 나를 지키고 있기에 내가
아직 이렇게 살아있는 걸까.
글쎄,
글쎄, 그러게요.
응집력이 강한
우울의 종말이 보이지 않습니다.
이제 그만 내려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마다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하며
맨발로 뛰고, 땀을 흘리고, 삶을 살아가며
어느 정도는 행복하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행복한 것은 아니기에.
아직 불행이 그 행복을 방해하기에,
나는 죽을 생각이 없습니다.
아주 행복해질 테면,
또다시 운명처럼 파도가, 나의 칼날이
나를 지키겠죠. 지키고, 나를 울릴 테죠.
아주 행복해질 때가 된다면,
난 모두에게 알릴 생각입니다.
눈물 나게, 눈이 부시게 행복하다고.
그러니 나를 붙잡아달라고.
죽지 않게, 죽음을 갈망하지 않도록.
나를 꽉 잡아달라고.
.
매 순간 죽으려 노력했습니다.
나는 아직 죽을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나는 아직 죽지 않을 겁니다.
그리고, 나는 이렇게 살아있습니다.
행복이 두려운 나는 결국
불행을 택하고, 살아가기로 했습니다.
우리 불행하게, 오래오래 살도록 해요.
아주 오래 살다가 지칠 때쯤이면
늦게나마 주변을 되돌아보면서
살아 숨 쉼에 감사하며,
그렇게
살아가도록 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