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회만 된다면 널 다시 키우고 싶어

근데, 그건 너무 큰 바램인 걸 아니까

by 호연

사실은 아까 울고 싶었는데 울지 못했다.

괜히 눈물 보이기 싫었던 게 아니라

눈물이 안 나와서,

그래서 울지 못했다.


기회만 된다면 날 다시 키우고 싶다는 그의 말에

난 결코 아무런 대답하지 못했다.

어쩌면 대답이 필요 없는 그런

외마디 외침이었을지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고 괴로웠던 순간을 알아채지 못하고

편해야 할 집을 편하게 만들어주지 못하고

공기를 차갑게 만들어 숨통조차 트이지 못하게 하고

그렇게 홀로 내버려두어서 미안했다고


하지만 그걸 알아챘을 때는 이미 내가 아팠고

돌이키기엔 늦었다는 걸 알아서,

내 마음을 제대로 깨달았던 순간에는

이미 멀리도 와버려서

미안했다고, 미안하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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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그 시간으로 되돌아간다면

너를 다시 키울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은데


그건 너무 큰 바램이라는 걸 아니까

지금 너에게 쌓여있는 그 모든 괴로움을

해소할 수 있도록 어떻게,

내가 도울 방법을 찾는 중이야.“


마치 조금만 더 힘내달라는 거 같았다.

아주 조금만 더 견뎌내 달라는 거 같았다.

그게 그 큰 바램보다 더 어려울지 모르지만

그래도 기운 내달라는 거 같이 느껴졌다.


하지만 아빠,

정신병원은 들어가서도 문제지만

나와서도 문제야.


사실 요즘 내가 뭐 하고 있나

공허한 마음에 멍해지는 순간이 잦았는데

그럴 때마다 그냥 병원에 있을 때가

더 낫지 않았나 하는 멍청한 미련을 갖고

세상에 방황하고 있어.


나는 죽지 않기 위해 일해.

그렇게 하다 보면 그거 때문에라도,

위해서라도 내가 몇 날 며칠은 더 살지 않을까?


그러다 보면 하루가 지나 내일이 오고

몇 달이 지나 다음 해가 오고

그렇게 나이를 먹고, 시간을 지내다 보면


이것도 지난 일이라 부를 수 있을 테니까.

난 그래서 일을 찾고, 움직이려고 애써

무기력할 때 흐르는 정적은

저항 없는 우울을 만들어 나를 삼켜내


이게 결코 외로움인지 고통인지도 모를 만큼,

고통이 만들어낸 외로움인지

외롭기에 고통인 건지

아니면 내가 외롭긴 한 건지


사실, 모두 아닌 걸지도 모르겠단

ー 그런 허무한 생각을 해.


속이 텅 빈 거 같아. 자꾸 허한 마음에

억지로 입에 음식을 쳐 넣고 싶어.

그렇게 해도 속이 안 달래지니까

그냥 방법도 없구나 싶어서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는 지경까지 가.

무엇이 날 움직이게 만드느냐고

아마 그건 아무도, 아무것도 충족될 수 없을 거야


너무 단단해져 버린 이 껍질이

허물어질 때까지는 많은 시간이 필요할 거야.


그 시간을 지내도 허물지 못할지도 몰라

난 장담할 수 없어.

언제 이렇게 단단해진 건지도 모르는걸


난 어쩌다, 왜 남에게

불쌍하고 딱한 인생이 된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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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에는 특정 누군가로 극소수로 인한 공포로 시작해

시간이 흐를수록 어떤 대상을 지칭할 수도 없이

인간 자체에 공포를 느끼게 된다.

그들은 늘 내게 말한다.


이래도 안 죽네?

이래도 안 죽어?

이래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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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간혹 우연히

새벽 향수 짙게 묻은 노래가

귓가에 흐르게 될 때면


아, 안 죽길 잘했다.


하늘이 이것만 더 듣고 올라오라 한 거 같네.

ー 싶을 정도로

눈물겹게 반갑기도 하다.


방파제는

파도로부터 인간을 지켜내려

생겨난 게 아니었을지도 모르겠다.

인간의 충동적 자결을,

바다에 몸 던지고 싶은 마음을

아주 잠시나마 미루어내는


그냥 돌.


아빠는 내게

그런 방파제에는 낚시나 하러 가자 말했다.

난 그 기억을 덮을 수 있으려나.

헛된 경험을 가득한 추억으로 메꿀 수 있으려나.


그냥,

그냥 난 아직

여전히 환자야 아빠


나도 나를 모르겠어.

근데 도무지

도와달라는 말이 나오질 않아.


괴롭다. 이 괴로움은 아마

오늘 새벽까지 날 괴롭힐 거야.


수면제를 먹길 잘했지, 그치?

다들, 잘 자네.

나도 잠에 들어볼게.


아빠 사과해 줘서 고마웠어.

울고 싶었는데 눈물이 말라서 나오질 않았어.

사랑한다 말해주고 싶은 것 같았어.


꼭, “사랑해”라는 말을 들은 것 같았거든.

근데 난 너무 망가졌어.

다 내려놓고 싶어. 이맘때쯤 새벽이면


잘 자, 모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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