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과 주머니

가난한 주머니

by 호연


주머니가 가난하면 마음도 함께 가난해진다 하였다.

마음이 여유롭지 않고 궁색할 때,

미처 내 주변을 돌아볼 수조차 없을 만큼

가난의 자비 없는 모습에


후회할 만큼의 사람을 잃고,

받게 되었을 사랑을 잃는다.


넉넉지 못하고 가난한 마음을

감정이 앞서 현실조차 외면해 버리곤 할 때,

혼자 가난해도 됐을 것을

뭐 좋은 일이라고 불행을 나눈다

마음이 가난해 소중함을 잊어버리고,

어른들이 동심을 지켜주었던 때의

유일한 꿈을 잊어버렸을 때,

그런 허망한 상황 앞에 놓인 나는


그럴 수 있지

이번에도 그럴 줄 알았어

이래서 인간에게든

무엇에게든

기대라는 걸 해선 안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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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며 절망에 무디어진 어른인 척 흉내 낸다


지나친 희망은 인간을 들뜨게 한다

필연적으로 이어질 실망은

후에 폭풍처럼 다가와

마음을 요동치고


나더러 주제를 알라며 기를 죽인다.


어른들은,

먹고 싶은 게 있어도 먹지 않고 참거나

가고 싶은 곳이 있어도 가지 않고 참거나

하고 싶은 게 있어도 하지 않고 참는다.


그게 내가 마주한 어른

그들과 함께하는 삶 속

가장 어려운 숙제는,

『희망 갖기』가 아닐까 싶다.


어떤 어른은 그래서 철없다는 소리를 듣고,

어떤 어른은 대단하다는 소리를 듣게 되는데


향수병에 갇혀있는 내가

가지는 유일한 희망은


대단한 어른으로서의 증명이 아닐까

ー마음의 주머니와

내 바짓가랑이에 달려있는 작은 주머니가


잠시는 철 없이 희망을 주었으면 좋겠다.


눈이 펑펑 내리는 어느 날에,

얼어붙은 마음이 뜨거워질 정도로

펑펑 오열하고 싶은 그런 날에,

나의 겨울을 맞이할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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