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의 응집력은 우리 생각보다 강하다
우울의 응집력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그 이상으로 강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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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일찍부터 고통스러운 당신들이 생각났다.
당신 하나밖에 없었더라면
고통이라고도 표현하지 않았을 텐데.
내가 견뎌내기에 당신들은 다수이고,
나는 여기 혼자 남아있는 소수니까.
차마 이겨내기에는 버거워서
오늘은 마음껏 우울해도 되는 날.
어두워져도 되는 날이라고
그렇게 결정했다.
타인에게 화를 내지 못하고
속에 억누르고 있다가
나 자신에게 터져버려서는,
봄날에 어여쁘게 피어난 꽃봉오리
길 가다 보고서는 내 생각이 났다고,
꽃을 따와 내 손에 쥐어준 당신이 생각났다.
ー시간 지나 낙화하며 떨어져 바닥에
후드득.
후드득.
ー 떨어진 붉은 꽃잎 다음에 보이는
내 상처를 처음 보고,
동정 섞인 눈빛으로 쳐다봤던
당신의 마음을 기억한다.
억울한 상황에 갇혀서 나올 수 없었을 때
열 수 있는 열쇠를 손에 쥐고서도
열어주지 않고 외면했던
당신의 손짓을 기억한다.
이미 깨져버린 우리 관계가
그만 땅바닥에 떨어져 산산조각 났을 때,
다시 그 조각을 붙여보려 애써가며
노력하고, 그 노력에 몰입하다 그만
집착과 강박으로 번져
내 숨통을 조였던 당신의 숨소리를 기억한다.
존재만으로 미움을 받으며
다수에게 삿대질을 당할 때
내 곁에 있던 당신이 나를 떠나
그들 가까이에 가서는
그들과 함께 삿대질을 했던
그날의 고통을 잊지 못한다.
존재만으로 경멸하듯
나를 쳐다보던 당신의 가족이, 당신의 친구들이
뒤에서 나를 괴롭게 하는 이야기들을 해대고
아무렇지 않게 미소 지었던 지난날에
ー사실 나는 이미 다 알고 있노라고.
비판 아닌 비난받으며 억울하기 싫다고
목 놓아 울었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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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는 모습을 보기 싫다며
뒤돌아 외면했던 방관자인 당신을 기억한다.
차마 제정신으로 걸으며
온전히 숨을 쉴 수조차 없어서
길거리에 주저앉아 헛구역질을 해대며
두 뺨에 오래전에 이미
메마른 눈물을 애써 닦아내면서
나는 그래도 살아야 한다.
견뎌내야만 한다.
계속 반복해서 외우고, 외쳤다.
우울의 응집력은 강하다.
어두운 기억이 여기에서 하나, 저기에서 하나,
당신이 있는 그곳에서 하나.
그렇게 한 개, 두 개가 모여 뭉쳐졌을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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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이 지나도 미화되지 않는 기억은
시간이 지나도 역시나 꾸준히 아파서
그렇게 하루를 허망한 마음에
흐르는 줄도 모르는 내 눈물처럼
그냥 그렇게 흘려보낸다.
사람들은 나를 살리려,
이 세상에 남아있어 달라며
살아야 하는 온갖 이유를 갖다 붙인다.
무언가를 위해서, 당신을 위해서,
나를 위해서.
지난 상처여도 여전히 고통스러운 상처가
꼭 자신의 존재를 알아달라며 몸부림치는 것 같이
오늘따라 쓰라리고 따갑다.
늘 나를 보며 피눈물을 흘리는
내 팔에 난 쪽 찢어진 상처들이
내가 아픈 사람이라며 버렸던 당신을 보며
내가 다수에게 미움받는 사람이라며
같이 미움받을까 걱정되어 나를 버렸던 당신을 보며
나와 지내지 못한다면 죽는 편이 낫겠다며
내 앞에서 흉기를 들고 몸을 찢었던 당신을 보며
‘그냥’이라는 이유를 갖다 붙이며
나를 버리고 가버렸던 당신을 생각하며
활짝 웃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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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상처가 활짝 웃을 때쯔음 또다시
붉은색 꽃잎들이 낙화하여
후드득. 후드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