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많이 생각하면 아무것도 못 해
나의 3년간의 신혼 생활은 정말 만족스러웠다. 수업에서 옆 자리에 앉은 남편에게 처음 내가 말 걸었을 때 부터 '이 친구는 좋은 남편이 될 사람 같다'라는 느낌이 들었던 사람이었다. 남편은 참하고 성실하고 본인 마음이 평온한 사람이었고 그런 사람과의 결혼은 내 마음의 평안을 가져왔다.
그러나 나는 아이를 갖는 것에 몹시 부정적이었다. '(잉태도 안 당하고) 안 태어나면 (아이 입장에서) 편한데 왜 (아이를) 낳음 당하게 하지?' 이 마음이 제일 컸던 것 같다. 나는 9살 때부터 '애초에 안 태어났으면 참 편했을 텐데...'라는 생각도 많이 했다. 남편이 남자친구였던 시절, 이런 대화를 해보니 그도 꼭 아이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남편은 웬만해선 번뇌할 일을 안 만들고 싶어 하는 성향이라 연애에도 관심 없었던 사람이었으니 아이도 생각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었다. 그래서 서로에 대한 사랑으로, 굳이 결혼하지 않아도 되는 이 시대에, 우리는 딱히 아이 낳을 생각이 없이 20대에 결혼을 했다.
그러고 곧 나온 한 방송인의 비혼 출산 소식은 나에게 몹시 충격이었다. 난 결혼했는데도 아이 갖는 게 너무 두렵고 임신하면 충격과 스트레스로 통곡하고 몸져누울 것 같은데 (실제로 3년 후 내가 임신하니 남편은 본인이 잠깐 산전 우울증이 왔다) 어떻게 저분은 저런 결심을 했지? 그분도 그다지 순탄치 않은 학창 시절을 보낸 걸로 아는데.. 결국 나는 아이 낳기 자체가 싫다 보다는 내 아이가 나처럼 고통스러운 인생을 살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이었던 거다. 그게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일이니까 차라리 안 낳는 게 마음이 편한 거고. 근데 이런 마음이면, 내가 나중에 임종을 맞이할 때 후회하지 않을 수 있을까? 나는 요새로 따지면 결혼도 일찍 했는데?
그렇게 고민만 3년, 어느 날 내가 남편에게 말을 했다.
이젠 우리 확실히 마음을 정하자.
우린 이미 신혼 3년을 보냈는데도
아이 갖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확실하면,
이젠 딩크를 선언하자.
나는 이젠 임신하면 스트레스로 몸져누울 것 같은 생각은 좀 달라졌어.
하지만 네가 딩크 하자면 그것도 난 좋아.
갑작스러운 나의 말에 남편은 진짜 헉 소리를 내며 흠칫 놀랐다. 그러면서 본인의 여자 상사들은 30대 중후반에 초산을 많이들 했다며 그보다 이른 나이에 출산한 여자 동료가 없단다. 학교 여자 동기들은 반도 결혼을 안 했고. 그래. 네 말이 맞아. 근데 내가 지금부터 시도해야 30대 중후반에 임신하게 될지 누가 아니. 더군다나 난 수족냉증에 저체중에 여러모로 임신 쉬운 체질이 아니라는데. 여자 상사들 경우 얘기하는 것 보니 너는 무슨 일이 있어도 딩크 하자는 건 아니잖아? 미루자는 거지. 넌 후회 안 할 자신 있어? 네가 자신 있으면 괜찮아. 나는 너만으로도 충분하니까.
내 말에 남편은 크게 결심한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나는 엽산을 챙겨 먹기 시작했고 술을 입에도 안 대기 시작했다 (중앙아시아 출신 인턴이 가져온 무지 맛있다는 초콜릿 보드카까지 거절했다! 이건 아직도 아쉽고 생각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