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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연히 Jun 21. 2024

프롤로그

눈 떠보니 서른



"네? 제가 서른이라고요?"


분명히 얼마 전에 성인이 되어 설렜고,

얼토당토않은 유치한 연애를 했고,

친구들이랑 놀다 시간이 늦어지면 ‘그냥 첫차 타고 집 가자!’ 하며  밤을 새워 놀았고,

어른들로부터 ‘좋을 때다’하는 소리를 들었다.


근데 제가 서른이라고요?



요즘 같은 시대에 서른은 아직 어리다고 하긴 하지만,

내 10대, 20대 초반에 느끼던 ‘서른’의 존재는 완벽한 어른이었다. 안정적인 직업을 가지고, 집과 차는 기본으로 소유해야 하며,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 가정까지 꾸려야 하는 존재였다. 다른 사람들은 모르겠지만 어쨌든 나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그도 그럴 것이 나는 내가 정말 대단한 사람이 될 줄 알았다.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고 생각했었다.


아니, 완전히 그렇게 믿었었다.


디자이너 겸 사업가가 꿈이었던 고등학생 시절,

20대 후반 즈음에는 재력 능력이 엄청난 ‘세계 영향력 있는 여성 100인’에 선정되어 있을 거라 생각했다.

내가 디자인한 제품들이 전 세계에 수출되고 사업가로서 엄청나게 유명해져 인기 많은 TV 토크쇼에 나갈 수 있을 거라고 굳게 믿었었다.


그렇게 믿을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당시 R=VD(생생하게 꿈꾸면 이루어진다.)라는 VD기법이 유행했는데 거기에 푹 빠졌었기 때문이다.

관련 서적을 모조리 읽고 좋아하는 작가들의 강의도 들으러 다니며 원하는 미래의 모습을 글로도 적고 사진도 책상 앞에 붙여 으며 매일 밤 상상의 나라를 펼쳤었다. 간절하게 원하고 상상하면 내가 원하는 대로 될 거라 생각했기에 나 자신이 특별한 존재라 믿을 수밖에 없었다.


간절히 원한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운 줄은 몰랐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성장하고자 하는 의지.

주변의 시선과 말에 흔들리지 않는 굳건함.

원하는 것을 반드시 얻고자 하는 불타는 열망.

나 자신이 꼭 그렇게 된다는 믿음.


이 모든 게 동시에 이루어질 때 비로소 '생생하게 꿈을 꾼다'라는 문장에 다가갈 수 있는 것이다. 나는 성인이 되면서 나의 꿈에 대한 의지도, 굳건함도, 열망도, 믿음도 모두 잃어버렸다. 그 당시 쓴 글들이 적혀 있는 노트가 아직도 책장 한쪽에 있는데 가끔 열어서 보고는 한다.


꿈을 이룬 나를 상상하며 쓴 ‘~하게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식의 문장이 30여 개 정도씩 적혀있.

볼 때마다 ‘저 시절의 나, 포부가 정말 대단했다.’ 싶으면서도 30대가 된 지금, 단 한 문장도 이뤄진 것이 없어서 씁쓸하기도 하다.


-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던 스무 살의 넘치던

그 열정이 조금씩 줄어들어 현실적인 서른의 내가 되기까지 정말 많은 경험과 좌절이 있었다.

30여 년 살면서 느낀 걸 단 한 문장으로 표현하자면


인생 쉽지 않다.


건강도, 취업도, 사랑도, 사업도, 인간관계도

어느 하나 쉬운 것이 없다. 모든 것이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

렇지만 살아가야 하기에 현실을 받아들이고

이겨내야 한다. 쉬운 것 하나 없는 이 세상을 살아가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존경을 표한다.



분명히 얼마 전에 스무 살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서른 살이다.

빠르게 흘러가는 시간 속 다양한 경험들을 했고,

쉽지 않은 인생이지만 후회 없이 살기로 다짐했다.


서른이 끝이 아니지 않은가.

앞으로 마흔이 되고 쉰이 되고 예순이 되겠지.

그렇게 또 다양한 경험을 하며 너무나 빠르게 흘러가는 세월을 붙잡고 싶을 때도 많겠지.


인생은 여행과 같다는데 이것도 해보고 저것도 해보고

때로는 슬퍼하고 때로는 즐거워하며 살아보자.

갑자기 우울감이 밀려올 때는 정말 어찌할 바를 모르겠지만,

또 그렇게 살아진다.

지금까지 30년 살면서 많이 겪어보지 않았는가.


걱정하던 일들도, 지나가지 않을 것 같던 우울도

어찌어찌 지나간다. 물론 다시 찾아오겠지만 또 지나갈 것이다.


앞으로도 좋은 일만 있지는 않겠지만

더 나은 미래를 위해, 과거에서 배우고 추억하며,

현재에 충실 인생을 살길 란다.


그 누구보다 나의 삶을 응원하는 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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