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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낯썸 Jan 16. 2019

그랩의 새로운 경쟁자 고비엣(Go Viet)

우버를 이긴 그랩, 그랩에 도전한 고 비엣



17년 베트남 생활 당시 우버와 그랩이 치열하게 경쟁했습니다. 하지만 우버가 철수한 뒤 2019년 다시 베트남에 왔을 때 고비엣이 호치민 시내에서 자주 보였습니다. 갑자기 등장한 고비엣이라는 브랜드에 궁금증이 생겼습니다. 우버도 백기 들고 철수한 시장에 또다시 뛰어드는 불나방이 있을 줄이야.

그런데 갑자기 등장한 브랜드치고 눈에 띄게 늘어나는 것이 보였습니다. 현지인들도 그랩보다 고비엣이 싸다고 고비엣을 추천하는 사람들도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도대체 고비엣은 어떻게 우버가 철수한 베트남에서 반년만에 시장에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일까?



1. 고비엣은 고젝의 베트남 브랜드이다.

고젝은 인도네시아의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을 장악한 브랜드입니다. 그랩과 다르게 인도네시아에 주력하고 있었지만, 2018년부터 동남아 국가들에 공격적인 투자와 함께 시장에 뛰어들기 시작했습니다. 비록 베트남에서 후발주자이긴 하지만 어마어마한 투자금 5억 달러(동남아 전체 투자금액)와 인도네시아에서 갈고닦은 노하우로 빠르게 동남아 시장에 안착했습니다.



고비엣을 이용하고 있는 베트남 현지인

2. 오토바이 시장을 집중 공략

고비엣은 아직 차량 서비스는 제공하지 않고 있습니다. 오토바이 서비스에만 주력하고 있습니다. 고비엣은 오토바이를 이용한 택시, 푸드 딜리버리, 택배서비스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저는 이 선택이 매우 현명한 선택과 집중 전략이라 생각합니다. 사실, 그랩 택시는 택시보다 저렴하기는 하지만 가격이 결코 싼 편이 아닙니다. 물가 대비 매우 비싼 서비스이죠. 그래서 외국인들 제외하면 현지인들은 자주 사용하지 않는 서비스입니다. 대부분 오토바이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 일반적입니다. 고젝은 무리하게 모든 서비스를 공략하기보다 오토바이 서비스에만 집중했습니다. 가장 이용률이 많은 오토바이 택시, 푸드 딜리버리, 택배에 집중하는 선택으로 빠르게 시장에 진입할 수 있었습니다.


또한, 오토바이 서비스에만 집중하니 드라이버들에게 그랩보다 더 좋은 수수료 혜택을 제공하며 드라이버들을 공격적으로 모았습니다. 지난 8월부터 서비스가 본격적으로 시작했는데,  불과 반년만에 호치민 길거리에서 손쉽게 볼 정도로 많아졌습니다. 직접 고비엣 서비스를 이용했을 때 그랩보다는 아직 적은 수라 매칭에 시간이 걸리지만, 불편함 없이 매칭이 되었습니다.


3. 그랩보다 싼 가격

그랩의 오토바이 택시가 외국인의 눈에서 보기에는 매우 싼 가격입니다. 하지만 한 달 30-40만 원 버는 현지인들에게 그랩 오토바이는 한국 대중교통 타듯이 타기는 여전히 부담스러웠죠. ( 베트남 버스 가격이 5000동(약 250원) 인 점을 감안했을 때 기본 1만 동(약 500원) 이상 되는 오토바이도 싼 가격은 아닙니다. ) 그런데 고비엣은 이 그랩보다 더 싼 가격에 제공하고 있습니다. 한 번은 제가 그랩 가격이 비싸지자 (시간과 수요에 따라 가격이 달라집니다. 수요가 많이 몰릴 때는 택시보다 훨씬 비싸지기도 합니다.) 현지인 친구가 고비엣이 싸다고 고비엣을 추천해주었습니다. 이미 현지인들 사이에서 고비엣이 더 싸다는 인식이 생기고 있었습니다.


실제 그랩과 고비엣 가격 비교


두 어플 간 실제 가격비교

실제로 사용하며 두 어플 간의 가격을 비교해보았습니다. 동일 시간 동일거리로 3~4번 정도 다른 시간 다른 장소에도 적용해보았습니다. 점심 약속 후 집에 돌아가기 위해 오토바이를 검색했습니다. 보통 차를 타면 15분 정도 걸리는 거리입니다. 똑같이 그랩과 고비엣으로 검색하니 가격 차이가 확연히 납니다. 5000동 정도 차이나네요.




이후 다른 날 점심 약속을 하기 위해 2군에서 1군으로 가는 오토바이를 비교해보았습니다. 이 때는 무려 8000동이 차이나네요. 버스비가 5000동이고, 평균 현지인 밥값이 2~3만 동임을 감안하면 5000~8000동 차이는 무시 못할 만큼 큰 차이입니다. 고비엣은 확실한 가격 차이를 보여주면서 고객들을 끌어들이고 있었습니다.


다만, 아쉬운 점은 아직까지 드라이버 수가 부족하여 매칭에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었습니다. 그랩은 압도적인 숫자 덕분에 거의 5초도 안되어 매칭이 되고 금방 드라이버와 만날 수 있었지만, 고비엣은 매칭에 20초 이상 걸렸고 드라이버도 오는 데 시간이 걸렸습니다. 이건 계속 드라이버 수를 늘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네요. 그래도 막 불편함을 느낄 정도는 아니었습니다. 


그랩과 고비엣의 할인 경쟁

그랩이 우버를 물리치고 난 이후 할인 혜택을 대폭 축소했었습니다. 무리한 치킨게임이 끝나니 다시 정상으로 돌아가는 것은 당연합니다. 그런데 최근 다시 할인 쿠폰을 뿌리기 시작했습니다. 고비엣의 성장세를 무시하지 못하고 시장점유율을 지키기 위한 새로운 치킨게임이 시작되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


앞으로 베트남 차량 공유시장은?

고젝이 인도네시아에서 동남아로 뻗어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아마 그랩이 우버를 상대하던 것과 비교가 안될 정도로 강력한 상대라고 생각합니다. 우버처럼 뒤늦은 현지화 전략을 하는 것이 아닌 충분히 동남아의 니즈를 파악하고 무리한 확장이 아닌 이용률 높은 서비스부터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있습니다. 게다가 베트남에서 가장 먼저 고려하는 가격 서비스를 메인으로 내세워 현지인들의 브랜드 이미지를 심어주고 있었습니다.  

다른 수많은 서비스들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비엣은 그중 가장 강력한 그랩의 경쟁상대가 될 것 같습니다. 아직은 절대적인 드라이버 수가 그랩에 비해 부족하지만 무섭게 성장하고 있는 만큼 주목할 만한 서비스라고 생각합니다. 앞으로 베트남의 차량 공유 서비스 시장이 어떻게 흘러갈지 흥미진진합니다. 




추가 정보 


고비엣은 아직까지 카드결제를 서비스하지 않고 있습니다. 베트남에 생활하는 외국인들은 카드결제를 더욱 선호하는데 베트남의 낮은 카드사용률때문인지 아직까지 고비엣이 현금만 받고 있네요. 앞으로 카드결제가 추가될지 모르겠지만, 급한 문제는 아니라고 생각하는 것 같습니다. 




참고 기사

https://asia.nikkei.com/Business/Go-Jek-announces-launch-of-Vietnam-Thailand-units

http://www.businessplus.kr/news/articleView.html?idxno=16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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